조성환 체제 두산, 잃어버린 ‘허슬두’의 부활 노린다

입력 2025-06-05 15:53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가운데)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5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서 동점 홈런을 친 뒤 팔을 든 채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가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 전환을 계기로 본격적인 팀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두산은 2010년대에만 한국시리즈 3회 우승(2015·2016·2019)을 달성하며 황금기를 보냈지만 최근 뚜렷한 야구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조 감독대행은 본래의 팀 컬러인 ‘허슬두(허슬 플레이+두산)’의 부활을 위해 사력을 다할 전망이다.

두산은 5일 현재 2025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9위(23승3무34패)에 머물고 있다. 조 감독대행이 이승엽 감독의 사퇴로 지난 3일부터 지휘봉을 잡아 2경기를 치렀지만 4연패 늪에 빠져 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프로야구 대표 강호였다. 당시 역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야구를 펼쳐 ‘허슬두’로 불렸다. 선수 전원이 치고 달리며 밥상을 차렸고, 공수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적인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도 뒤따랐다. 탄탄한 2군 육성 체계를 갖춘 덕분에 끊임없이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1군 선수들의 일시적인 부진에도 어렵지 않게 위기를 넘어서는 힘이 있었다.

최근 두산의 야구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팀 타율은 4위(0.257), 팀 평균자책점은 6위(4.29)다. 주요 투타 지표만 살펴보면 성적이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안타(531개·4위) 생산 능력에 비해 득점(264점·7위)은 저조하고, 홈런(39개·8위)도 많지 않다. 결정적 순간 클러치 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도루(53개·3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1위(4.54)에 올랐던 두산은 ‘허리가 강하다’는 인상을 줬지만 올해는 아니다. 팀 홀드(18개)와 팀 세이브(10개) 모두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필승조 홍건희가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데다 잦은 투수 교체에 따른 불펜 과부하까지 겹쳤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이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5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서 3회 무실점 수비를 펼친 선수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조 감독대행은 선수 라인업부터 정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전날 정수빈과 제이크 케이브, 양의지, 김재환 등 베테랑을 1~4번에 전진 배치하는 파격적인 타순을 선보였다. 그간 기회를 받지 못했던 김준상, 박준순, 이선우 등 신인 내야수들을 동시에 선발 투입하기도 했다. 선수단에는 과감하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팀에 헌신하고 경기 출전에 열의를 보이는 선수들을 중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조 감독대행은 고참이 후배를 이끌고, 신인은 패기 있게 뛰는 끈적끈적한 팀 컬러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