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이재명 실용주의 정부에 바란다…‘골프산업’도 경제 발전의 중요한 도구로 쓰여져야 한다

입력 2025-06-06 06: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연합뉴스

스포츠는 국민을 통합시키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1998년에 ‘골프여왕’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IMF 구제금융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탱크’ 최경주는 2000년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 2002년 컴팩 클래식을 시작으로 2011년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총 8승을 거둬 후배들에게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이후 후배들이 17승을 더해 PGA투어 한국 군단은 통산 25승을 합작, 한국 남자 골프는 세계 골프의 주류로 당당히 편입됐다.

그중에서도 ‘바람의 아들’ 양용은의 2009년 PGA챔피언십 우승은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 국민에게는 강한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상대가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기 때문이다. ‘골리앗’ 우즈를 꺾고 동양인 최초로 메이저 챔프에 등극한 ‘다윗’ 양용은은 이후 ‘호랑이 사냥꾼’이라는 닉네임으로 골프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골프여제’ 박인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16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골프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과 4대 메이저대회를 동시에 석권한 ‘골든 그랜드슬래머’로 세계 골프사에 이름을 올려 국민에게 큰 영광을 안겨 주었다.

그뿐만 아니다. 1988년 고 구옥희의 스탠더드 레지스터부터 올해 5월 유해란의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총 270승을 합작한 활동 중인 한국(계)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우승 순간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애환을 함께 하며 엄청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골프는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국민들 곁에 있었다. 골프 때문에 웃고 운 것은 비단 골프 애호가들만이 아니다. 골프를 직접 즐기지는 않더라도 선수들이 전해오는 낭보에 엄청난 용기를 얻어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적잖은 일반 국민들까지 더하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국민 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데이터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국 524개 골프장을 이용한 내장객은 총 4741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국방부가 운영하는 체력단련장과 미군기지 내에서 운영하는 골프장 내장객 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집계에 의하면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프로야구 관중 수는 1088만77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 야구 관중과 골프 내장객의 차이는 관중은 말 그대로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하는 것이지만 내장객은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 한 해 골프 내장객이 프로 야구 관중의 4배 이상이었다는 것은 골프의 인기가 얼마나 큰가를 실감케 하는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스포츠적 기능만 놓고 본다면 부인할 수 없는 강국이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을 따지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 있음에도 시대착오적 관련 법률과 과도한 규제, 불합리한 세제 등으로 역차별을 받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평상시엔 골프를 가장 잘 이용하다가도 선거철만 되면 표를 의식해 골프를 ‘악마화’하려는 정치권의 습성이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골프 업계, 그중에서도 골프장 업계로부터 구시대 유물로 치부되고 있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은 극히 일부 개정이 있긴 했지만 근간은 손도 못대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는 매년 거의 변함이 없다. 올해도 예외 없이 회원제 골프장 재산세 중과세율 개선, 개별소비세 폐지, 각종 불합리한 규제와 법령 개선,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타파를 위한 홍보 활동 강화 등이다. 여기에 시대적 흐름에 맞춰 기후 변화 대응과 골프장 고비용 구조 개선 위한 신기술 도입이 추가됐다.

지난 4일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실용주의’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실용’이 곧 성장동력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국민을 골퍼, 비골퍼로 갈라치기 하려는 경향이 짙은 골프 정책과 관련 법률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KLPGA투어 등 국내에서 열린 매 골프 대회에는 선수들의 명승부를 직관하려는 갤러리로 인산인해다. 그만큼 골프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다. KLPGA

유원골프재단이 국내 골프 산업의 구조와 규모를 집계해 추정 및 분석한 ‘한국골프산업백서 2022’에 따르면 2022년 한국 골프시장 규모는 약 20조 6690억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같은 기간 발표한 한국의 스포츠 산업의 규모 총 78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결코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될 우리 경제의 한 축이라는 방증이다. 골프가 직업인 프로 골퍼를 제외하더라도 경기 보조원, 골프장 종사자(그린 키퍼, 식음 파트, 사무직 등), 골프 제조 및 유통업 종사자, 골프와 연계된 관광업 종사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골프로 먹고사는 국민의 수는 100만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골프산업 발전의 솔루션으로 일본의 발전 모델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골프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모든 지표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다. 만약 전후 복구 시기에 정부가 일반 국민의 눈치만을 살펴 골프 산업에 전향적 정책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세계적인 일본 골프 브랜드의 다수 출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직제부터 생산성을 고려해 재편하길 제안한다. 현재 골프는 체육국 스포츠산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과장을 팀장으로 한 총 9명의 팀원 중 3명이 골프 관련 업무를 하고 있으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는 수다. 업계는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업무의 영속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에 골프 산업에 대한 별도 공약이 없었다. 그래서 챗GPT에게 ‘이재명 실용 정부의 골프 발전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재명 실용주의 정부의 한국 골프 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골프 산업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던 것으로 그 기조는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골프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경기도지사 시절, 골프장 이용료 인하와 공공 골프장 확대를 추진하여 일반 시민들이 골프를 접할 기회를 늘렸다.

또 국내 골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골프 관련 인프라 확충과 함께,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 정책을 모색했다. 특히 골프용품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여기에 골프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를 통해 골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따라서 이재명 실용주의 정부의 골프 정책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골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대중화를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골프를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산업으로서의 가치 창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체 골프계가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