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절반 사라진 한라산 ‘구상나무’ 유전자 지도 만든다

입력 2025-06-05 11:13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모습. 제주도 제공

한라산 구상나무 유전체 분석이 이뤄진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기후변화로 쇠퇴하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생물 주권 확보를 위해 구상나무의 모든 유전정보를 분석해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분석 개체는 지난해 도내외 전문가 심사를 통해 선정한 대표목 1그루(수고 6.5m, 수령 72년 추정)다. 대표목의 뿌리와 줄기, 잎, 열매 등 각 기관에서 샘플을 채취해 DNA 전체 서열을 분석한다. 분석 기간은 최대 2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성된 유전자 지도는 구상나무 연구에서 유전자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된다. 다른 구상나무 개체의 유전정보와 비교해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는 선별해 복원하는 등 보전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숲을 형성한 곳은 한라산이 유일하다.

1904년 제주 구상나무 종자가 국외로 반출돼 ‘크리스마스 트리’로 개량된 후 전세계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반출 시기가 생물 유전자원 이익의 공정한 공유를 규정한 나고야 의정서 체결 이전이라 생물주권에 대한 권리는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기후 변화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도 유산본부가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고지도와 항공사진을 분석해 구상나무 숲의 면적을 조사한 결과, 1918년 1168㏊에서 2021년 606㏊로 48.1%(5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에는 연평균 0.5% 미만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연평균 1.37~1.99%로 쇠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도 유산본부는 2017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구상나무 증식을 통한 복원기술 개발, 식생·환경 모니터링, 자생지 병해충 연구 등 종합적인 보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100년전에는 영국의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월슨이 한라산 구상나무를 처음 발견해 세상에 알렸지만 이제는 우리가 구상나무의 유전적 구조를 분석해 생물주권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구상나무의 생태적·유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