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위성락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을 앞으로 몇 주 안에 워싱턴에 파견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한미가 조율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미국 백악관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 관련 논평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반응을 내놓은 가운데 동북아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4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이 대(對)중국 문제를 최대한 이른 시기에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통’인 위성락 안보실장 발탁에 대해 “한국 상황을 잘 이해하고 워싱턴과도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과 조기에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백악관이 한국 대선 관련 논평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경고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명확하게 주요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 측면에서 그렇다. 따라서 미국 행정부가 한국 새 정부에 주의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은 놀랍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은 자연스럽다. 다만 그 협력의 수준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이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는 향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예측 불가능하다. 그는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시진핑 국가주석과는 대화를 원한다. 한국의 새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계획을 트럼프와 직접 논의하고, 공동의 인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싱턴에 있는 대사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은 효과가 크지 않다. 트럼프는 직접적인 개인 접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통’이자 ‘북핵통’인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을 임명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그를 매우 잘 안다.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다. 매우 훌륭한 선택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 상황을 잘 이해하면서도 워싱턴과도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는데,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 대통령이 완벽한 인선을 했다고 본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위 안보실장이 북핵 문제와 미·중 사이의 외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대화할 때 위성락 안보실장을 향후 몇 주 이내에 워싱턴에 파견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는 미국의 국방장관, 국무장관 등을 만나 이재명 정부의 접근 방식이 미국과 일치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싶어 하더라도 미국 측이 그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해야 오해를 막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외교를 내세우며 중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려고 한다.
“내가 이재명 대통령이라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했던 발언에 주목할 것이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국방비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고, GDP의 5%까지도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국방부 예산을 5조원을 증액한다면 의미 있는 조치가 된다. 이와 함께 한국이 현재 방위비 분담금으로 내고 있는 10억 달러를 합치면, 트럼프가 요구했던 50억 달러와 비슷해진다. 이를 통해 미국에 동맹 강화와 국방 강화 노력을 보여줄 수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 없이 협력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와 함께 한·미·일 3국 협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역사 문제 등으로 그런 협력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의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 같은 게 필요할까?
“그런 선언이 있다면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직접 그 문제를 논의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트럼프는 바이든처럼 공식적인 동맹 선언에 크게 관심을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3국 협력 수준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두 정상이 직접 논의해보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
-트럼프는 언제든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했고, 한국의 민주당도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한다. 하지만 북한은 점점 더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큰 양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김정은은 여기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외부 정보 유입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외교 접촉 자체를 꺼린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는 ‘플랜 B’를 마련해야 한다. ‘플랜 A’는 협상이지만, 실패 가능성이 크다.
‘플랜 B’는 북한이 2024년 새로 지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허용하면 일부 제재를 완화하되, 그렇지 않으면 한미 양국이 한국 내 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는 방안이다. 핵무기를 실제로 배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위기 시 배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에게 일종의 당근과 채찍이 될 수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