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톈안먼 희생자’ 추모…中 “심각한 내정 간섭” 반발

입력 2025-06-04 23:04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36년 전인 1989년 중국의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했다. 중국은 “심각한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려다 살해당한 중국인의 용기와 6·4사건의 책임과 정의를 요구하다 박해받는 이들의 용기를 기린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톈안먼 사태의 진실을 검열하려 하지만 세계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위험과 직면한 그들의 용기는 자유, 민주주의, 자치의 원칙이 미국만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지울 수 없는 인류의 원칙”이라고 전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중국의 대학생과 지식인 등이 부정부패 척결과 민주개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중국군이 유혈 진압을 한 사건이다. 미국 국무장관은 매년 6월 4일을 앞두고 톈안먼 사태에 대한 메시지를 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잘못된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중국의 정치 제도와 발전 노선을 공격하려는 음모로 중국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은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며 미국에 외교경로로 엄중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1980년대 말 발생한 그 정치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일찍이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은 역사와 인민의 선택이며 중국 전 인민의 충심스러운 옹호와 국제 사회의 충분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톈안먼 주변에 대한 경계와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톈안먼 희생자 유가족과 인권운동가, 반정부 인사 등은 외출 등 행동에 제한을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홍콩 당국도 도심에 경찰을 대거 배치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집회 등을 차단했다. 홍콩에선 수년 전만 해도 대규모 톈안먼 추모 행사가 열렸다.

대만에선 여야 모두가 추모 메시지를 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6·4 톈안먼 사건을 기념하는 것은 역사를 애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것”이라며 “권위주의 정부는 역사를 잊으려 하지만 민주사회는 진실을 보존하고 인권을 위해 목숨과 꿈을 바친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친중’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의 주리룬 주석도 이날 중앙상무위원회를 주재하며 “톈안먼 사건은 젊은 학생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투쟁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며 “국민당은 6·4 톈안먼 사건을 함께 기리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함께 수호하며 역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당은 페이스북을 통해 “36년 전 오늘, 톈안먼 광장 앞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시위는 중국 공산당의 탄압으로 꿈처럼 끝났다”면서 “하지만 전 세계 중국인들의 가슴속에서 자유를 향한 신념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국민당은 역사를 잊지 않고 중국인의 민주·자유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