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아동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강제 개종과 납치 결혼의 주요 대상이 되어온 기독교 소녀들을 보호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최근 남녀 모두의 결혼 최소 나이를 18세로 정하는 ‘2025 이슬라마바드 수도권 아동 결혼 제한 법안’에 서명했다고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이 4일 보도했다.
새 법안은 아동을 ‘남녀 불문 18세 미만’으로 정의하며 둘 중 한 사람이라도 18세 미만일 경우 이슬람 결혼식 주례자가 결혼을 거행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주례자는 국가신분등록청(NADRA) 발급 신분증을 통해 양 당사자의 나이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법 위반 시 주례자는 최대 1년 징역과 10만 파키스탄 루피(약 46만원) 벌금을 물린다. 18세 이상 남성이 미성년 소녀와 결혼할 경우 최대 3년 징역형을 받으며, 18세 미만과의 동거는 강간으로 간주한다.
기독교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법안이 미성년 소수민족 소녀들을 강제적인 신앙 개종과 납치범과의 결혼으로부터 보호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독교 변호사인 라자르 알라 라카 목사는 “이 획기적인 법안은 이슬라마바드 수도 특별구에 국한돼 있지만 기독교인 소녀들이 강제 개종과 결혼의 주요 대상인 펀자브 주에서 유사한 법안이 통과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모독 혐의로 누명을 쓴 기독교인들을 변호하고 무슬림 납치범들로부터 기독교인 소녀들을 구출해온 라카 목사는 “자르다리 대통령의 법안 승인은 펀자브의 기독교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셰리 레흐만 인민당(PPP) 상원의원은 “조혼 반대 투쟁의 기념비적 승리"라며 "이슬람 세력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도 “아동 보호와 종교는 양립할 수 없다는 틀은 이슬람 원칙에 대한 편향된 해석”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슬람이데올로기위원회(CII)는 강력 반발했다. 마울라나 잘랄루딘 위원은 “18세 미만 결혼을 강간으로 분류하는 것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파키스탄의 가족 제도를 파괴하려는 서방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인구의 96%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은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국 순위 8위에 올라 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