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에 부산 현안 ‘빨간불’…글로벌허브특별법·산은 줄줄이 불확실

입력 2025-06-04 14:44

진보 성향의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보수 성향이 뚜렷한 부산의 주요 현안 사업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특별법 등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사업들에 대해 향후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산 유권자들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114만 6238표(51.39%)를 몰아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89만 5213표(40.14%)를 얻었다. 지역 민심은 여전히 보수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권은 진보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지역 기반 사업들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덕도신공항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부산엑스포 이전인 2029년 조기 개항을 목표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권 교체로 해당 일정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우선협상자였던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협상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이전 정부라면 무리해서라도 대체 시공사를 조기에 확보해 일정을 맞추려 했겠지만, 새 정부는 부산이 요구하는 시점을 굳이 맞출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객이 몰려 혼잡한 김해공항 국제선 터미널 모습. 큰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산업은행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화했던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탄력을 받았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방향 전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산업은행 이전 대신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진전을 보지 못하고 논란만 커졌던 산은 본점 이전 이슈는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밖에 부산을 해운·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허브특별법 제정, 북극항로 개발, HMM 민영화 이후 본사 이전 등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약한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은 부산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실제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새 정부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주요 현안 사업들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정치 지형이 바뀐 만큼 주요 사업은 다시 정부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 지역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가 기대한 정책 방향과 이재명 정부의 시각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만큼, 향후 국정 과제 선정과 예산안 반영 과정에서 부산의 입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셈법보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원칙 아래에서 지역 사업들이 정상 추진될 수 있을지, 새 정부의 지역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새 대통령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혁신균형발전을 실현할 책무를 안고 있다”며 “공감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국가 미래를 여는 정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