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 최대 변수는 중국…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전시작전권 협상 여지”

입력 2025-06-04 13:33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와 주한미군 역할 변경 등 협의해야 할 외교 안보현안이 쌓여있다. 워싱턴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3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문제는 한미 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시작전권 환수 등과 연계해 협상 여지를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과의 대화에도 두 정상 모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협력 공간이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정상 간의 가장 큰 안보 현안은 무엇인가.
“가장 큰 안보 이슈는 여전히 북한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북한과 점진적으로 관여하길 원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관여 전략과 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협력 또는 시너지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고, 이 대통령은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각기 다른 이유에서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는 협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트럼프 행정부는 부쩍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문제는 한·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협력을 도모하고자 하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한미가) 어느 정도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한국의 진보 진영은 그동안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받는 것을 추구해왔으며, 이는 민주당의 일관된 목표 중 하나였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미국이 일정 조건 하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전작권 이양을 가속하는 방식의 협상을 제안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북한에 대비하거나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틀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이른바 ‘안미경중’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 내) 대(對)중국 강경 매파들과 국방부는 동맹국들에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는 단지 안보 차원에 국한되지 않으며 경제 분야에서도 허점을 차단하거나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포함한다. 안보와 경제, 기술 전반에 걸쳐 일관된 정책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이러한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이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여지는 이러한 강경 노선을 밀어붙이는 주체가 주로 국방부나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매파들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어떤 형태로든 거래를 원하거나,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 측근 인사 중 일부가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중국과 완전한 단절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중 관세 협상에서 보듯 트럼프 역시 여전히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틈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일 경우 매우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 이미 8.3% 인상이 합의되었지만, 트럼프가 과거에 언급했던 100억 달러 혹은 1000% 인상과 같은 수치는 한국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역시 한국과 주한미군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이 중요한 것은 ‘얼마를 내는가’보다는 ‘얼마나 동맹에 기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조선업 관련 논의나 MRO(정비·수리·운영)와 관련 요소들을 동맹 기여로 해석할 수 있다면, 이는 비용 분담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한국의 기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최선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방위비 분담에 대해 특정한 수치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 때의 합의 이상으로 약간의 증액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기존에 고려되지 않았던 분야에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과 한국은 ‘동맹 기여도’에 대해 서로 다른 계산 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하나의 갈등 원인이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관세와 방위비를 한꺼번에 타결 짓는 ‘원스톱 쇼핑’ 발언도 했다.
“안보와 무역을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두 사안은 각각 독립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 두 가지를 하나의 협상 틀로 통합하려는 발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이것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이 조선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특히 군함 건조나 해군 선박 정비 같은 분야는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 특히 미 해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GDP의 약 3%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측에 이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한미 동맹이 단순히 한국만의 이익이 아닌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