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아들이 탄 차량을 바다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가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지난 1일 새벽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앞바다에서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모(49)씨가 4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날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경찰 호송차에 올라탄 지씨는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씨는 지난 1일 오전 1시 12분쯤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에서 가족을 태운 승용차를 몰고 해상으로 돌진해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들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가족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인 지씨는 혼자 차에서 탈출해 뭍으로 헤엄쳐 나왔다. 이후 진도항에서 1∼2㎞ 떨어진 야산에서 밤새 머물다가 2일 오후 공중전화로 자신의 형에게 데려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형은 지씨의 건설 현장 직장 동료에게 대신 차편을 부탁했으며 지씨는 2일 오후 6시쯤 진도를 빠져나가 광주로 도주했지만, 범행 44시간 만에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 노상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지씨는 경찰 조사에서 “1억6000만원 상당의 빚으로 생계가 힘들어져 가족들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니 무서워서 혼자 탈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지씨가 일가족에게 먹인 수면제는 평소 정신과를 다니던 아내가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씨 아내와 두 아들의 시신 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한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한편 지씨의 도주를 도운 지인의 신병처리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