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도촌리의 용(龍) 이재명”…고향 주민들 ‘막걸리 잔치’

입력 2025-06-04 09:59
연합뉴스 제공


3일 밤 8시,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경로당 창고에서 대통령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결과를 보던 산골마을 주민 60여명은 “재맹이가 1등 아이가”라며 일제히 ‘이재명’을 연호하며 함성을 질렀다.

이날 주민들은 출구조사결과가 발표되고 개표방송에서도 1등으로 나오자 “도촌리에서 용이 나왔다”며 미리 준비한 돼지고기, 과일, 막걸리 등을 나눠 먹고 동네잔치를 벌였다.

마을 주민 이동구(68) 씨는 “고향을 떠나 성남에서 공장 생활을 하며 퇴근 후에도 새벽까지 고시 공부를 하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며 “그 성실함이 결국 오늘의 대통령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그를 ‘똘똘한 아이’로 회상했다.

마을선배 유광우(65) 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촌리 안에서만 이사를 세 번이나 했지만, 그는 늘 똑똑하고 눈빛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이재호(69) 마을 이장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고향 사람들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보수의 상징인 안동에서 민주당 대통령이 나온 만큼 동서 화합을 이루고 경제도 살려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생가터로 알려진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는 첩첩산중 오지마을이다.

안동시 예안면에서 봉화군 재산면으로 가는 918번 지방도로변에 설치된 도촌리 입구 입간판에는 ‘향기로운 꽃내음이 솔솔~도촌마을’이라 적혀 있다.

도촌리에는 지통마를 비롯해 못골(새못), 텃골, 평지마, 사래실 등의 자연부락에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생가터는 도촌리에서도 가장 오지 마을이다.

마을 위쪽에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도촌저수지 제방에서도 3㎞정도 위쪽으로 올라가야 나오는 산골 깡촌이다. 과거 화전민들이 산을 개간해 살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고 뚫린 곳은 하늘 뿐이다. 이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시골에서도 깔보던 동네”라고 말했다.

마을 입구 아스팔트로 포장된 공터에는 더 이상 차량진입이 금지된다는 안내판이 있다.

주차장 맞은편 쪽이 이 대통령의 생가터다. 집터 돌담 아래에는 지난 20대 대선 때 안동·영주민주연합이 세운 것으로 보이는 ‘제20대 대통령후보 이재명 생가터’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100여평 될 듯한 집터에는 현재 땅콩이 재배되고 있다. 이 대통령 누나 소유로 돼 있던 이 땅은 제 3자에게 팔렸다고 전해진다.

주민 황영기(73) 씨는 “현재 지통마에는 5가구가 살고 있는데 원주민은 1가구 뿐이고 나머지는 외지에서 온 귀촌주민”이라며 “이 두메산골 마을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경사 중에 경사”라고 말했다.

황씨는 “몇 년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보여 부산에서 귀촌했는데 운 좋게 대통령을 배출한 마을 주민이 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황 씨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도촌리에서도 자주 이사했다고 했다. 지통마에서 못골, 평지마 등으로 옮겼고 도촌리에서 5~8㎞ 정도 떨어진 삼계리의 삼계초등학교(월곡초 삼계분교장)까지 걸어서 다녔다고 한다.

현재 삼계분교장은 학생이 6학년 여학생 1명뿐이다. 이 학생도 1학기만 삼계분교장에서 공부하고 2학기부터는 월곡초등학교로 갈 예정이어서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을 배출한 산골분교는 문을 닫게 된다.

안동시 예안면과 영양군 청기면 주민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영양군 청기면 청기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살다가 예안면 도촌리로 이사해 1976년 2월 삼계국민학교를 졸업했다고 전해진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