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면 상호관세 협상 등 통상 문제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한미 동맹의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공격적 관세 정책과 북한·러시아의 밀착 등으로 이 당선인이 1997년 IMF 위기 당시 취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석좌는 3일(현지시간) 논평에서 “경제가 이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한국의 두 주요 교역 대상국 간의 글로벌 무역 전쟁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한국의 전체 수출이 1.3%, 자동차 수출이 4.4% 감소한 점을 거론했다.
차 석좌는 특히 “전임 과도 정부(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는 트럼프의 관세 완화에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 했다”며 “7월 8일로 예정된 90일 관세 유예 종료까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당선인은 임기 초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미 동맹의 안보 측면에서도 말하지 못하는 조용한 위기 상황이 감지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한반도에서 여단 철수 가능성 등 한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이 당선인은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을 강조하며 중국의 지정학적·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해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하지만 이런 정책은 경제적으로는 중국, 군사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려는 동맹국의 전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의 수출 규제 등을 거론하며 “이 당선인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역대 한국 대통령 중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있다”고도 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도 논평에서 “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침체된 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 타결 시한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당선인이 새 보좌진을 구성하고 협상 상황을 검토하며, 미 해결 쟁점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립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타당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엠마 챈렛-에이버리 ASPI 정치·안보 담당 국장도 “주한미군 철수설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중심 외교 기조를 감안하며 양국이 북한 정책에서 조율에 실패할 경우 양국 관계는 긴장될 수 있다”며 “여기에 관세 협상이라는 추가 압력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70년 된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