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휴전 여파가 해상 운임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간 주춤했던 미주 노선에서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 주요 항만에서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상 운임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2071.71을 기록했다. 전주인 23일 1586.12 대비 30.7%나 증가한 수치다. SCFI가 2000을 넘은 것은 지난 1월 이후 넉 달 만이다.
특히 미주 노선의 상승 폭이 컸다. 상하이에서 롱비치,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서안으로 가는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 1개(FEU)당 5172달러로 전주 3275달러 대비 57.9% 증가했다. 뉴욕 등 미국 동안으로 가는 운임은 FEU당 6243달러로 전주 4284달러 대비 45.7% 올랐다. 다른 지역인 유럽(20.5%), 지중해(31.4%), 중동(21.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해상 운임이 급등한 건 미·중 양국의 관세 유예의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은 서로 100%가 넘는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관세 유예는 미국 기준 5월 14일부터 90일간 적용됐다.
이후 물동량이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한시적 유예에 불과하고 다시 고율의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을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운정보업체 비지온에 따르면 미·중 관세 합의 직후인 지난 14일 중국발 미주 노선의 컨테이너 예약은 2만153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주(7일) 5709TEU 대비 277%나 늘기도 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미주 선복(선박 내 화물 적재 공간) 공급량을 확대하는 한편 운임료를 올리고 있다. HMM은 최근 화주들에게 롤오버와 물류비 인상 가능성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롤오버는 선적을 완료해야 할 화물이 다음 항차 선박으로 이월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물량이 몰려 수출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다.
일부 해운사들은 이른 성수기 할증 요금(PSS) 적용에 나섰다. 덴마크 머스크도 5월 15일부터 당분간 중국·홍콩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미국·캐나다로 수송되는 화물을 대상으로 PSS를 도입했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지난 12일부터 아시아발 미국·캐나다로 향하는 화물을 대상으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0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000달러 수준의 PSS를 부과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에선 블랙프라이데이(11월), 크리스마스(12월) 물량이 이동하기 시작하는 3분기를 앞두고 PSS 부과가 이뤄져 왔는데, 이번에는 한 달 정도 빠르게 적용된 것”이라며 “관세 휴전으로 성수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는 해상 운임이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유예 영향으로 선복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6월 내 운임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