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을 받았는데 초능력이 이식됐다. 심장, 폐, 신장, 췌장, 간, 각막 등 각각 다른 장기를 이식받은 여섯 명의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됐다. 입김으로 간판을 날리고, 자동차보다 빨리 달리고, 손가락을 튕겨 주변의 전자기기를 통제하게 된 다섯 명의 ‘동네 히어로’들이 이들의 능력까지 빼앗으려는 악당과 대결을 펼친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한국형 히어로물 ‘하이파이브’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순항 중이다. 코믹한 캐릭터들의 조합과 시원한 액션이 이른 무더위 속에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신구를 비롯해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오정세 등 내공 있는 베테랑 배우들이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 박진영과 이재인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신구 조합’이 재미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진영과 이재인은 “그간 무겁고 진지한 배역을 주로 맡았는데 판타지 속에서 ‘괴력의 히어로’로 변신해 상상력을 더한 액션을 선보이는 작업이 재밌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영화에서 이재인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엄청난 초능력을 갖게 된 중학생 완서 역을 맡았다. ‘과속스캔들’(2008)로 박보영을, ‘써니’(2011)로 심은경을 발굴한 강형철 감독이 선택한 ‘다음 타자’다. 아역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이재인은 영화 ‘사바하’(2019)로 백상예술대상, 들꽃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재인은 “‘하이파이브’는 오디션을 세 번 봤다. 영화 ‘괴물’에서 고(故) 변희봉 선생님의 대사로 첫 오디션을 봤다”며 “영화에 액션이 있다보니 무술감독이 오디션장에 계셔서 발차기와 태권도 기본 동작도 보여드렸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했다. 췌장을 이식받은 영춘(신구)이 다른 이들의 초능력을 흡수해 회춘한 인물이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의 멤버지만 데뷔는 연기로 했다. 드라마 ‘화양연화’ ‘악마판사’ ‘유미의 세포들2’ ‘마녀’ 등을 통해 선하고 부드러운 역할을 주로 선보인 박진영에게 탐욕으로 가득찬 영춘을 표현하는 건 도전이었다.
박진영은 “제안 받았을 때 믿기 어려워서 내게 들어온 배역이 맞는지 다시 물어봤다. 배우로서 그간 보여준 모습 뒤의 새로운 얼굴을 감독님께서 봐주셨다는 건 축복”이라며 “악인이지만 복합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고, 독특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말투와 음색이 뚜렷이 각인된 배우 신구를 ‘삼킨’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은 영광인 동시에 부담이었다. 그는 “감사하게도 신구 선생님께서 내 모든 대사를 녹음해주셔서 그걸 바탕으로 준비했다“며 “선생님께서 ‘너무 똑같이 하면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으니 너만의 색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생님의 말투와 목소리를 연습해 간 다음 현장에선 그걸 빼는 작업을 했다. 선생님의 느낌이 조금 빠지면서 내 목소리와 섞이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며 웃었다.
젊은 영춘과 완서의 결투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괴력 최강자들의 대결이자 선과 악의 대결로 관객들의 ‘도파민’을 터트린다. 이재인은 “영춘은 빌런으로서 타격감이 잘 느껴지게, 멋있게 액션을 소화해 내는데 난 체구가 작아서 그런 느낌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주고 싶은데 힘이 달리는 게 답답해서 열심히 체력을 키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박진영은 “춤 출 때와 액션 연기를 할 때 몸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무술감독님께 ‘짐승처럼 싸워야 되는데 선이 너무 예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싸우는 게 아니라 안무처럼 보인 것”이라며 “촬영 방식도 흥미로웠다. 스크린에서 볼 때 화면이 갑자기 느려지는 구간은 실제로 더 느리게 움직이기도 했는데,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계속 궁금해 하면서 찍었다”고 돌이켰다.
두 사람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도 함께 출연하고 있다. 이재인은 쌍둥이 자매인 미래·미지(박보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1인2역을 선보인다. 박진영은 자매의 친구이자 미지와 로맨스를 펼치는 남자주인공 호수 역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이재인은 “교복 입는 연기도 좋지만 이제 20대가 됐으니 새로 시작하는 기분도 든다”며 “어른이 되면서 느낀 것들을 성인 캐릭터로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늘 반전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진영은 “작품을 하나씩 해 나가면서 사람과 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동시에 연기는 미지의 세계 같다”며 “계속 탐구하고 싶고, 더 잘 해내고 싶고, 꾸준히 노력해서 오래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