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 1700명 자르는 버버리… CEO 급여는 수십억 펑펑

입력 2025-06-03 16:44
연합뉴스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가 경영 위기를 이유로 세계 각국의 직원 17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와중에 최고 경영자(CEO)에게는 9개월 만에 48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보수를 줘 논란의 중심에 섰다.

2일(현지 시각)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버버리는 최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신임 CEO인 조슈아 슐먼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9개월 동안 총 260만 파운드(약 48억3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슐먼의 기본 연봉은 135만6000파운드(약 25억2400만원)인데 120만 파운드(22억3400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미국에 살던 그가 버버리 CEO직을 수행하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하며 새집을 구하는 데 쓴 13만5170파운드(약2억5200만원)와 이사 비용 12만660파운드(약 2억2500만원)도 회사가 내줬다. 앞으로 1년 이상 매월 2만5000파운드(약 4700만원)의 주거 수당도 받을 예정이다.

슐먼은 올해 경영 목표치를 달성하면 최대 560만 파운드(약 104억2200만원)의 보너스도 받을 수 있다. 향후 3년 내 주가를 두 배로 올려 영국 주요 주가 지수 중 하나인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 100’에 버버리를 재진입시키면 360만 파운드(약 67억원)의 추가 보너스도 손에 쥘 수 있다. 슐먼은 미국 준명품 브랜드 코치(COACH)와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의 CEO로 일하며 두 브랜드의 실적과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이력이 있다. 경쟁사와 달리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버버리가 고객군을 확대하기 위해 하이엔드 명품에서 준명품 브랜드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공들여 스카우트한 인물이다.

버버리는 지난해 7월 슐먼에게 배턴을 넘겨주고 사임한 전임 CEO 조너선 아케로이드에게도 15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버버리가 올해 6600만 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해 세계 직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700명을 오는 2027년까지 해고하겠다는 경영 혁신안을 발표한 가운데 전현직 CEO에게 이런 거액의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 여론이 영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