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은 대표적인 사교육 밀집 지역이다. 예수다솜교회(박두진 목사)는 두 개의 초등학교와 한 개의 중학교 사이에 자리해, 하교 후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길목에 놓여 있다. 교회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아이들을 위해 문을 열고 지친 일상 속 잠시 머물 수 있는 따뜻한 쉼터가 돼주고 있다.
최근 교회에서 만난 박두진 목사는 “교회가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굣길에 먼저 다가가 음료수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며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나누는 작은 관심이 쌓이자, 아이들이 하나둘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올해는 약 10여명의 아이들이, 지난해에는 매번 50여명의 청소년들이 교회를 방문해 쉼을 누렸다. 대부분 비기독교인이었던 이들에겐 교회라는 공간이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박 목사의 집무실을 둘러보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책이 많아요?”라고 묻거나 “선생님이 교회 두목이에요?”라고 물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교회를 탐색했다.
교회 식당 한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종류별 라면이 준비돼 있다. 박 목사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환대의 마음을 따라 우리 공동체도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교회 예산이 아닌 이 사역을 위해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헌금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교 후 교회를 찾은 아이들은 이곳에서 라면과 간식을 먹으며 잠시 숨을 돌린다. 성장기인 만큼 컵라면을 네 개나 먹는 아이도 있을 정도다. 아이들은 식사시간에 “선행학습을 얼마나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라면을 먹은 뒤에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잠시 쉬는 것이 전부였다.
마땅한 쉼터 없이 PC방이나 휴대전화에 의존하던 아이들에게 교회는 식당은 물론 4층 전체 공간을 활짝 열어주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드럼을 두드리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박 목사는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줄 뿐이다. 가끔은 “교회가 궁금해서 와봤어요”라며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아이들도 있고, 전도활동을 쉬는 날이면 “오늘은 왜 안 나오셨어요?” 라며 먼저 교회를 찾아와 안부를 묻는 아이들도 있다.
그는 “나 역시 아무 조건 없이 예수님의 사랑을 받았기에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따뜻함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저 씨를 뿌리는 사역을 감당할 뿐이지요. 하나님의 때에 아이들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교회 문을 열고 들어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불렀던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삶이 힘들 때 그 따뜻했던 교회를 떠올리며 하나님을 다시 찾게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11월 교회는 ‘쉼터’를 찾는 아이들과 함께 인근 공원 농구장에서 3대3 농구대회를 열었다. 교회가 주최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이 직접 찾아와 직접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교회는 참가 학생들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간식도 정성껏 준비했다.
총 13팀, 60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열띤 경기를 펼쳤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학부모들도 뜨거운 응원으로 현장을 달궜다. 우승팀에게는 총 2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학년이 바뀌어 각각 인근 고등학교로 진학한 아이들 가운데는 고등학생이 된 후에도 “교회 생각이 나서 왔어요”라며 다시 교회를 찾는 경우도 있다. 이곳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를 넘어, 함께 웃고 고민을 나누며 마음을 터놓았던 공간으로 아이들의 기억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학생들뿐 아니라, 길을 지나는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들러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쉼터로 만들어가는 일이 남아 있다.
박 목사는 “솔직히 개척교회 입장에서는 간식비나 관리비 부담이 적지 않지만, 하나님의 채우심을 기대하며 이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수요일과 금요일뿐 아니라 더 많은 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