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보다 21억 비싸도 산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3년내 최고

입력 2025-06-03 15:25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강남권 초양극화’ 부동산시장 속에서 경매시장도 서울 아파트 수요가 쏠리며 약 3년 만에 최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보다 21억원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규제 틈새를 노린 투자 수요는 물론, 규제 바깥 지역으로도 수요가 확산하는 조짐까지 나타난다.

3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7.7%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6월(110.0%)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통상 경매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데, 수요가 몰리면 입찰자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내 낙찰가율이 오른다.

최근에는 토허제로 묶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매물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97㎡는 7명이 입찰해 93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72억원)보다 21억원7000만원 비싼 가격으로, 낙찰가율은 130.1%에 달한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41㎡는 감정가 16억원보다 4억원 이상 비싼 20억6000만원(낙찰가율 128.5%), 강남구 논현동 논현신동아파밀리에 114㎡는 감정가(20억5000만원) 대비 약 5억원 높은 25억3000만원(낙찰가율 123.4%)에 각각 손바뀜했다. 경매 매물은 실거주 의무 등 토허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토허제 대상 외에도 주요 입지나 아파트 매물 경매 수요가 늘고 낙찰가가 오르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달 7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자이 2차 85㎡는 55명이 몰려 감정가(16억5000만원)보다 30% 높은 21억6000만원(낙찰가율 130.9%)에 낙찰됐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미드카운티 85㎡도 7명이 몰려 13억5000만원(낙찰가율 115.5%)에 넘어갔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동향은 토허제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는 모습”이라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한도 축소와 금리 인하, 서울 공급 부족 등을 고려한 실수요자들도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5.2%(252가구 중 114가구)를 기록했는데, 주요 입지의 매물에 수요가 쏠리며 낙찰가율과 다른 양상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