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老사역’ 넘어 돌봄의 주체가 되다…무대 위로 돌아온 시니어들

입력 2025-06-03 13:56 수정 2025-06-03 14:04
행사 참가자가 지난 29일 경기도 용인 송전교회에서 열린 경로잔치에 참여해 무대를 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동시에 고령층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별 경제활동상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근 3년간 고령층(65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나이를 드는 고령자가 늘어나며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 돌봄’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교회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의 글로리아 콰이어는 중창단원 20명 전체가 70세 이상이다. 이 중창단은 2년 전 찬양 봉사를 희망하는 고령 교인을 중심으로 창단됐다. 이들은 교회 예배는 물론이며 교회 인근에 있는 성남의료원에서도 찬양 봉사를 하고 있다. 단장 박영준(77) 집사는 3일 “병원에 봉사하러 가면 아픔도 잊은 채 휠체어를 끌고 예배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게 된다”며 “글로리아 콰이어의 찬양을 듣고 감동했다는 환자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오히려 우리가 은혜를 받는다”고 말했다.

글로리아 콰이어가 최근 경기도 성남 할렐루야교회에서 수요예배 특별찬송을 부르고 있다. 글로리아 콰이어 제공

단원이 고령자로 이뤄진 만큼 한 곡의 무대를 준비하는 데도 많은 연습 시간이 필요하지만 찬양 봉사는 단원들에게 큰 기쁨이 된다. 임하리(74) 권사는 지난해부터 글로리아 콰이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 권사는 젊은 시절 찬양사역자로 섬길 만큼 찬양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생물학적 나이가 70세를 넘으니 외부 단체에서는 나를 잘 받아주지 않는다”면서 “이 나이에 찬양으로 누군가를 섬기고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며 웃었다.

지난 29일 경기도 용인 송전교회(권준호 목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교회는 이날 지역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를 진행했다. 지역 200여 명의 어르신이 모인 자리에 트로트 가수, 난타팀 등 여러 공연자를 초청한 것이다.

송전교회 노인대학 전통민요반 수강생들이 지난 29일 경기도 용인 송전교회에서 경로잔치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전문가들의 공연 순서 사이에 한복을 입은 10여 명의 노인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송전교회 노인대학 전통민요반 학생들이었다. 무대에 오른 노인대학 학생들은 장구 장단에 맞춰 준비한 찬양 가사로 개사한 민요를 불렀다. 권준호 목사는 국민일보에 “지역 사회를 공경하고 효도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역이 20년이 됐다”며 “교회가 지역의 어르신을 섬기니 이들이 다시 새로운 어르신을 섬긴다”고 밝혔다.

교회 내 고령 세대가 노노사역을 넘어 돌봄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대구동신교회(문대원 목사)는 지난달 교회 내 노인대학인 동신실버대학 주관으로 바자회를 열었다. 교회는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와 협력해 이번 사업을 진행했다. 동신실버대학에 다니는 600여 명의 재학생은 굿윌스토어에서 제공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해 수익금을 모았다. 노인대학을 통해 마련한 수익금은 굿윌스토어에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들과 동신교회 장애인 부서에 전달됐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한국교회의 노노케어는 노인에 대한 단순 구제나 보호자 역할에 그친다”며 “노인에 대한 시선을 죽음을 향하는 자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고 꿈꾸는 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노노돌봄 방향성으로 ‘역케어링’과 ‘역멘토링’을 제안했다. 역케어링은 고령자가 젊은 세대에 대해 긍정적 지지와 심정적 돌봄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역멘토링은 젊은 세대가 노인을 역방향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교회는 세대 간 교류의 유일한 공간”이라며 “교회는 사회 변화에 발맞춰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위한 교육과 세대 간 상호작용을 통한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