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인 전력이 동시에 투입되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가 미래 전쟁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면서, 국내 방산업계도 무기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무인화 기술, 네트워크 중심의 첨단 무기 개발이 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는 기존 유인체계에 무인체계를 결합해 통합 운용하는 방식이다. 병력의 위험을 줄이면서 정밀타격과 실시간 정보전 수행이 가능해져, 주요 군사 강국들이 이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계는 기존 무기의 성능 개선을 넘어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에 최적화된 전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KAI)는 AI 파일럿 시스템 ‘카일럿(K-AILOT)’을 개발 중이다. KAI는 지난해 2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현에 필요한 AI와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 확보에 102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4월 미국의 AI 기반 방산 테크기업 안두릴(Anduril Industries)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유도무기·유무인 복합·운영시스템 등 미래전에 특화된 차세대 무기체계와 핵심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11조700억 원을 투자해 항공우주, 우주발사체, 무인기 엔진 등 통합 방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방산업계의 연구개발 투자도 함께 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현대로템·LIG넥스원)의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은 28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71억원) 대비 10.5% 증가했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553억 원으로 가장 많은 R&D 투자를 집행했다. 금융권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KAI 및 협력사에 2조 원 규모의 포괄적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회사채·기업어음 발행과 우주항공 특화 투자상품 출시 등을 통해 신사업 자금 조달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는 비용과 인명 손실 부담이 큰 국가들에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는 AI와 무인화 기술을 앞세운 차세대 무기체계를 유럽, 북미,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해 시장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는 한국 방산이 글로벌 4대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라며 “정부의 기술 지원, 금융권의 자금 조달, 민·관·군 협력이 동시에 작동할 때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