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발생한 화염병 투척 사건 용의자가 만료된 미국 관광 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통제 정책이 더 강화할 전망이다. 애초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이들에 초점을 맞췄던 이민 통제 정책이 합법 입국 뒤 비자 만료 이후에도 초과 체류(over stay)하는 이들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콜로라도 볼더에서 발생한 끔찍한 공격은 미국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우리나라를 매우 심하게 해친 바이든의 터무니없는 국경 개방 정책을 통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정책에 따라 나가야 한다”며 “테러 행위는 법에 따라 최대 한도로 기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비자 취소 확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엑스에 “어제 발생한 끔찍한 공격을 고려하면 비자를 받아 여기 체류 중인 모든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 구성원, 테러리스트 동조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우리가 당신을 찾아내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의 이민 책사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도 엑스에 “그(테러 용의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관광 비자를 받은 뒤, 비자 기간을 초과해 불법 체류했다”며 “이러한 자멸적인 이민 정책은 전면적으로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국적자 모헤메드 솔리만은 전날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열린 이스라엘 지지 행사 현장에서 화염병을 던져 12명이 다쳤다. 그는 2022년 8월 최대 6개월짜리 여행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9월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솔리만의 비자는 2023년 2월 만료됐지만 그는 노동허가를 받아 체류를 연장했다. 망명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비자가 지난 3월 만료되면서 그는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솔리만과 같은 비자 만료 체류자가 약 40만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콜로라도 사건 용의자의 불확실한 이민 신분이 비자 ‘초과 체류’ 문제를 부각했다”며 “미국 내 불법체류 이민자의 40% 이상은 비자를 받고 항공편으로 입국한 뒤 공항에서 심사를 통과한 이후 불법적으로 체류한 경우”라고 전했다. 이런 초과 체류는 그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체포되는 경우가 적었다.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입국한 모든 이들의 체류 기간을 일일이 식별하고 추적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입김이 센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도 용의자 솔리만의 딸이 콜로라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주에 있는 대학 2곳에 합격했다며 추방을 촉구했다. 루머는 엑스에 “우리는 비자 만료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자녀가 미국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적었다. 솔리만은 이번 공격을 1년 이상 계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검찰은 솔리만에 대 증오범죄와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