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성능, 휴머노이드 발목…K배터리, 해결사 될까?

입력 2025-06-03 05:00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월 1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서 '에이로봇'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의 한계가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휴머노이드는 일반 산업용 로봇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데, 복잡한 내부 구조 때문에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휴머노이드가 한 번 충전하면 1~2시간 만에 방전되는 이유다. 휴머노이드의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배터리 기술 개발이 전 세계 로봇 기업과 배터리 기업의 주요 협력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3일 로봇 업체 고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를 현실에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출력과 효율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공장 같은 곳에서 활용하려면 적어도 4~5시간은 충전 없이 구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1위 기업 유니트리의 제품을 구매한 업체들도 국내 판매 대리점에 ‘배터리 용량이나 집적도를 더 키워 사용 시간을 더 늘릴 순 없냐’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한번 충전으로 약 2시간 사용할 수 있다. 2시간 마다 작업 중간에 충전을 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면 더 긴 시간 끊김 없이 작업하는 것과 비교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문제는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산업용 로봇의 공통 고민이다. 대다수의 산업용 로봇은 전용 배터리가 없다. 대신 전동 공구, 소형 전기 이동수단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탑재한다. 그러나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규격화돼 있지 않은 로봇의 특성상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다. 비좁은 공간에 맞춰 소량의 작은 셀을 넣으면 배터리 출력 용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전용 배터리가 아닌 기성품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내부에 활용하지 못한 남는 공간도 발생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감지기(센서), 모터 등을 이용해 일반 산업용 로봇보다 더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해야 한다. 인공지능(AI)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작업도 수행한다. 순간적인 전력 소모가 일반 산업용 로봇보다 훨씬 크다.

배터리 탑재량을 마냥 늘릴 수는 없다. 휴머노이드의 배터리 탑재량을 늘리면 무게가 증가한다. 높은 배터리 무게는 휴머노이드의 이족 보행과 정교한 손 움직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 배터리 셀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매진 중인 리튬황, 리튬메탈,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가 상용화 돼야 가벼운 무게와 고용량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로봇 및 배터리 기업들은 로봇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4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합한 고출력 셀의 개발과 함께 샘플 공급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부피뿐 아니라 무게 측면에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로봇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잠재 고객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