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이차전지… 대선 공약에 포함되도 반등 없네

입력 2025-06-03 05:00

이차전지 기업 주가가 대선 후보 육성 공약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다. 이차전지는 지난 2023년 상반기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업종이지만 이후 날개 없이 추락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이차전지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에 대해 ‘매수’보다 낮은 ‘중립’을 제시하며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TOP10’는 올해 들어 22.13% 하락했다. 이 지수는 거래소가 LG에너지솔루션과 POSCO홀딩스,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구성해 지수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는 45.78% 하락했다. 이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TIGER) 2차전지TOP10은 지난달 29일 NH투자증권을 통해 보유중인 투자자 중 99.63%가 손실을 보고 있다.

대선 후보의 공약에도 이차전지 육성책이 포함됐지만, 주가는 대부분 하락하며 반응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31일 “K-배터리(이차전지)로 대한민국 경제를 재충전하겠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K-이니셔티브의 중심축으로 K-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개발(R&D)과 세제지원, 충청과 영남, 호남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IRA 폐지 가능성과 전기차 수요 둔화 등 구조적 문제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미국 전기차 시장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지가 필요한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RA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단기 주가 흐름은 긍정적일 수 있으나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미국 정책과 무관하게 수혜를 받을 정도로 정책 및 예산이 집행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올해 하반기도 이차전지 업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IRA 관련 미국 정책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도 실적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주가의 추세적인 반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엘엔에프 등 주요 시총 상위 이차전지 기업의 투자의견을 모두 ‘중립’으로 제시하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이차전지 기업들이 2년 만에 적정가치 범위에 도달했다”며 “작은 모멘텀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잦은 매매가 어렵다면 굳이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