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의 부모들이 자녀의 생사나 행방을 알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쟁 지역 파병이 아닌 해외 유학훈련으로 전달받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평안북도 주민 A씨는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에 “아들 부대 동무 하나가 편지로 ‘추운 큰 나라에 유학훈련 갔다’고 알려줬다”며 아들의 파병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에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하는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입장문이 보도되고 나서야 A씨는 유학이 아닌 참전임을 알았다.
함경남도 주민 B씨 또한 “조국을 대표해 훈련 간다”는 쪽지를 전달받은 게 전부라고 데일리NK에 전했다. B씨는 “부대나 지휘관은 사전에 아무 말도 없었다”며 “나라가 필요로 해서 간다, 그게 전부다. 조국에 잠시 맡긴 줄 알았는데 아예 바친 것이 됐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파병을 인정하기 전까지 관련 사실을 유언비어로 규정해 단속해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전달은 일방적일 뿐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았다고 A씨는 토로했다. 그는 “탄알 수송, 통신 근무 같은 말을 들었지만 장소나 임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고 아들의 동료도 ‘유학훈련’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아들의 정확한 파병 장소를 모르기는 B씨도 마찬가지다. B씨는 “‘죽을 수도 있는 곳’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부대에 묻거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참혹한 전쟁 상황이 전달되면서 파병군인 가족들의 불안감은 극대화한 상태다. A씨는 “포탄이 옆에 떨어져 귀가 멀었다는 부상병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병원도 아닌 곳에서 종이로 귀를 틀어막고 응급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무사하겠냐”고 했다.
A씨와 B씨 모두 러시아 파병을 단순 군사훈련으로 보지 않는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A씨는 “나라에서는 ‘해방 지원’이라지만 총 들고 서서 사람 죽인 건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 또한 “로씨야(러시아)를 침략한 우크라이나 군대가 나쁘다지만, 왜 남녀노소 다 죽이라는 명령까지 나오나. 그건 신천땅에서 미국 놈들이 했던 짓을 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