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보수작업 성공적… 왕조의 기억 더듬는 삼성

입력 2025-06-02 16:41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투수 이호성(오른쪽)이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5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포수 강민호와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성’ 삼성 라이온즈가 10년 만의 7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며 3강 체제의 상위권 경쟁에 균열을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대적인 개편 끝에 신구 조화를 이뤄낸 불펜 보수작업이 성공한 모양새다. 삼성은 강력한 마운드를 앞세웠던 과거 왕조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도약하고 있다.

삼성은 2일 현재 2025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4위(31승1무26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날까지 7연승에 성공한 삼성은 중위권 경쟁 중이던 KT 위즈를 5위로 밀어냈고, 3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격차는 0.5경기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연승 기간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2.43, 팀 타율은 0.285로 모두 1위였다. 삼성의 7연승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중순쯤만 해도 8위까지 처졌던 삼성은 7연승을 포함해 최근 10경기 9승 1패의 압도적 성적을 내며 순위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투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연승 기간 7승 중 4승이나 책임진 계투진의 활약이 크게 도드라졌다. 삼성 불펜은 10경기 기준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2.19·1위)을 달성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좌완 파이어볼러 신인 배찬승과 프로 3년차 마무리 이호성을 필승조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이호성은 연승 기간 2승 2세이브를 수확하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지난해 필승조였던 김재윤과 임창민은 추격조로 전환했다. 선발에서 자리를 옮긴 백정현과 전천후 불펜 김태훈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등판해 각자의 임무를 소화하고 있다. 2군에서 재정비 중인 오승환까지 가세한다면 삼성 불펜의 가용인원 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뒀지만 불펜의 안정감이 떨어져 고민이 컸다. 최근 불펜 개편에 힘을 쏟은 것은 시즌 막판까지 계투진이 힘을 유지해야 치열한 순위 싸움을 이겨내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체력과 패기가 좋은 신예들을 키우는 동시에 경험 많은 베테랑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강한 불펜진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3일 SSG 랜더스전에서 11년간 경험하지 못한 8연승에 도전한다. 삼성은 2014년 5월 8연승을 넘어 11연승(한 차례 무승부 포함)을 질주했고, 그해 통합 4연패(2011~2014년)라는 대업을 완성했다. 삼성은 왕조로 군림했던 당시에도 극강의 불펜진을 자랑했다. 권오준, 권혁, 오승환 등 여러 거물급 중간투수들이 팀을 지탱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