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허허벌판을 아버지가…나라 발전 계속하려면”

입력 2025-06-02 16:09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며 사실상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선 가운데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거론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찾은 데 이어 오후 울산 장생포문화창고 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을 방문했다.

기념관을 돌아본 박 전 대통령은 “울산은 방문할 때마다 감회가 깊고 많은 기억이 떠오르는 곳”이라며 “가난했던 이 나라가 산업을 일으켜서 오늘날 발전을 하게 된 시발점이 바로 이 도시다. 아버지께서 수십 번 오셨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울산 땅에 아버지 발자국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일 울산시 남구 장생포문화창고 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을 방문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사실 이곳이 전부 허허벌판이었지 않느냐”며 “제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 사진들 중 인상적인 것 하나가 아버지께서 허허벌판을 바라보시며 생각에 잠기신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그때는 (지금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됐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 (울산이) 이렇게까지 발전된 모습을 보면 울산 시민들도 많이 고생하셨지만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난다”며 “우리나라 발전의 출발점이 된 곳이라는 점에서 여기 오면 뜻 깊고 옛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어 ‘대선을 하루 앞두고 오늘 오신 것도 그런 이유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그는 “우리나라가 계속 앞으로 발전해 나가야 되지 않겠나. 국민 여러분께서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가 계속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시면서 현명하게 (투표)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내일이 투표날이고 해서”라고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에둘러 지지 의사를 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자리에는 최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 박성민, 서범수 등 울산지역 의원들이 김 후보 이름이 적힌 유세 의상을 입은 채 동행했다.

현직 시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부울경 지역을 찾는 것으로 김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다만 그는 김 후보에 대한 직접적 지지 의사를 밝히지는 않는 방식으로 공개일정을 소화해 왔다.

서문시장 방문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며칠 전 김문수 후보께서 동성로에서 유세하실 때 거기 많은 분이 좀 저를 한번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가서 한번 봬야지’ 하던 게 오늘 드디어 해소돼 마음이 다 이렇게 풀어지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