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청소년 자살률이 최근 10년 사이 약 5배 증가했다. 유니세프는 10~14세 몽골인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몽골 청소년 사역자 바트문흐 아마르사나(40) 몽골 YFC(Youth for Christ) 대표는 “이들에게 진짜 친구가 되어줄 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원에 개척된 몽골계 교회를 방문차 방한한 그를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몽골 최대 복음주의 교회 연합체인 몽골복음주의연합(MEA)의 총회 대의원이기도 한 아마르사나 대표는 이 자리에서 몽골 청소년 사역의 현실과 한국교회에 바라는 협력 방향을 전했다.
몽골은 공교육 등록률이 98%에 이를 정도로 교육 접근성이 높은 나라다. 반면 교육의 성별 격차가 뚜렷하다. 고등학교 남학생 중도 탈락률은 여학생의 두 배 이상(남 13.4% vs 여 5.1%)이며 가난하거나 유목 가정 출신, 장애가 있는 청소년은 질 높은 교육에서 배제되기 쉽다.
문제는 이를 다룰 공공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마르사나 대표는 “팬데믹 이후 학력 격차는 더 벌어졌고 정서·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비율은 30%에 달했다”며 “도시 지역에선 마약과 음주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학교와 사회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설적으로 이런 공백이 교회에는 복음 전파의 기회가 되고 있다. 그는 “특히 도시보다 농촌 지역은 더 복음에 열려 있다”며 “청소년에게 교회가 유일한 여가 공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몽골 복음화율은 2% 안팎으로 추정된다. 몽골 YFC는 지역 청소년을 위한 사역과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전도에 주력하고 있다. ‘외로움’ ‘용서’ ‘사랑’ 등을 주제로 한 SNS 콘텐츠가 전도의 통로가 되고 있다. 아마르사나 대표는 “지난해에만 475명의 청소년이 예수님에 대해 알고 싶다고 연락해 왔고, 이 중 42명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구원의 기도를 드렸다”며 “사랑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의 감정을 따라 들어가 아가페적 사랑으로 복음을 연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집회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2018년 시작한 ‘트루 프렌드 스피킹 클럽(True Friend Speaking Club)’이 대표적이다.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 사역 대상자를 모았다. 초창기엔 20명가량이 모이는 작은 행사였지만 참석자들이 친구를 데려오며 한 주 만에 100명이 모였고 이후 각 지역에 캠프로 퍼졌다. 그는 “교회에서 청소년에게 먼저 묻고 경청하며 하나님에 대해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는 방식이 핵심”이라며 “우리 하나님은 지루한 분이 아닌데 왜 교회는 지루하게 전달하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12주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으며 관계 성(性) 가족 정체성 등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주제를 다룬다. 마지막 주차에는 복음 메시지를 나누고 원하는 학생들과 1대1 상담을 진행한다. 아마르사나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된 청소년이 현재는 청소년 리더가 되어 또래를 섬기고 있다”고 전했다.
몽골 내 절반 이상의 교회가 청소년 예배나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 점은 숙제다. M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청소년 사역자를 두지 않은 교회가 전체의 50%를 넘는다. 그는 목회자들이 청소년 사역을 꺼리는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인력 부족, 프로그램 부재, 그리고 인건비 문제다.
반면 예수전도단(YWAM) 대학생선교회(CCC) YFC 등 선교단체가 청소년 사역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회는 이들을 통제 불가능한 외부 사역으로 간주하며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과거 일부 단체 활동 이후 교회를 떠난 사례가 있던 탓에 선교단체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며 “우리는 교회에서 인재를 빼내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교회와 함께 청소년 사역을 세우고, 더 많은 청소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청소년 사역 협력을 요청했다. 단기선교, 콘텐츠 제작, 청소년 지도자 양성 등 방법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지역 교회와의 긴밀한 협력이다. 그는 “현지 교회가 필요로 하는 건 복음을 전할 사람과 그것을 지루하지 않게 전할 방법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라고 했다. “어떤 사역이든 하나님의 말씀, 재미, 경청 이 세 가지가 함께해야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다리를 놓을 뿐입니다. 한국교회가 몽골 다음세대를 함께 세워주길 바랍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