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가 내년 개교 80주년을 앞두고 ‘미래를 위한 글로벌 연결(Global Connections for the Future)’을 슬로건으로 국제화 비전을 선포했다. 단순한 교류 확대를 넘어, 기후 위기 등 인류 공동 과제에 적극 대응하고,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교육·연구 통합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최재원 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46년 개교 이래 부산대는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온 대한민국 최초의 종합 국립대”라며 “80주년을 맞는 지금은 과거를 넘어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국제화 비전 선포는 부산대가 국내 거점대학의 역할을 넘어, 국제 공동체 속 책임 있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최 총장은 부산대의 창학 이념인 ‘민족의 천년을 책임지는 대학’을 언급하며, “부산대는 해방 직후 혼란기와 한국전쟁을 지나 국가 재건과 산업화에 기여해왔고, 80년의 여정은 학문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역사”라며 “이제는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책임 있는 리더 국가로 도약하고 있는 만큼, 부산대도 글로벌 미래공동체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대는 국제화 비전의 구체적 실행 전략으로 ‘교육(Education)’, ‘연구(Research)’,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 세 축을 제시했다. 최 총장은 이 가운데 “교육이 모든 전략의 중심”이라고 했다. 그는 “연구는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사회 혁신은 교육과 연구의 실천적 결과”라며 “교육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세대 간 통찰과 가치를 공유하는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 변화에 걸맞은 교육 혁신 체계가 마련돼야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부산대는 현재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교육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가상 실험실, AI 기반 맞춤형 강의 시스템, 디지털 콘텐츠 중심의 교수 설계 등 교육 전반의 구조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에듀테크센터를 신설하고, 총장 직속 AI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최 총장은 “AI 기반 교육 환경은 물리적 한계를 넘는 몰입형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향후 이를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RISE) 사업’을 통해 다른 대학과 공유하며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만의 실험이 아니라 전국 확산 가능한 레퍼런스 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제 협력도 본격화한다. 이날부터 부산대가 주최한 국제 아카데믹 포럼에는 하버드대, MIT, 펜실베이니아대, 메타, 구글 등 세계 유수 대학과 글로벌 기업의 석학·전문가 23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총장은 “의료데이터 기반 AI 설루션, 에듀테크 고도화,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실증 중심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세계 수준의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는 물론, 부산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실용성과 파급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산시와 함께 ‘부산라이즈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 총장은 “우수한 AI 분야 인재를 부산으로 유치하고, 대학과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단기성과를 넘어서 지역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주도형 연구 생태계 조성도 강화되고 있다. 부산대는 RISE 사업을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극한 환경용 전력반도체, 디지털 테크 등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한 실용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최 총장은 “부산은 기계, 조선, 항공우주, 국방 등 중후장대 산업 기반이 튼튼한 도시”라며 “이러한 지역성과 국가 전략을 동시에 반영한 실용적 연구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 약 900억원 규모의 정부 투자를 유치해 연구 인프라 확충과 인력 양성에 활용하고 있다.
부산대는 또 사회적 책임 수행에서도 선도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최 총장은 “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NRL 2.0 과제를 신청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는 지역은 물론 국가 차원의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령화, 소외계층, 도시 불균형 등 지역 7대 사회문제를 의제로 설정하고, 학생들이 주도하는 문제 해결형 참여 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지식 기반의 실천 과제로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최 총장은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과 함께 추진 중인 부산교육대학교와의 통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통합은 단순한 구조 개편이 아니라, 유아부터 평생교육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교원 양성 체계를 만드는 일”이라며 “디지털 기반 교육 환경에 적합한 창의적 교사 양성 모델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구성원의 반발과 우려에 대해 그는 “양교의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하고, 점진적 통합과 소통 기반의 내실화를 통해 안정적인 이행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 총장은 “부산대는 산업과 학문, 지역과 세계, 기초와 응용을 연결하는 융합형 혁신대학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공공성과 글로벌 책임을 함께 실현하는 지속가능한 미래형 대학 모델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