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때 육지로 연결되는 무인도에 걸어 들어갔다가 밀물이 차올라 숨진 40대 지적 장애 여성의 유가족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에서 제1심과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 민사제2부(부장 판사 신종오)는 A씨의 유가족이 인천시 옹진군을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 제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옹진군에 조수 간만의 차이로 인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지도, 관광객의 진입을 막는 경고 방송을 하지도 않은 책임이 있다면서 “A씨 유가족에게 2600여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월 19일 오후 3시30분쯤 선재도에서 목섬 방향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그는 당시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선재도에 온 뒤 바닷물이 차오르는 목섬 방향으로 걸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목섬은 썰물 때 바다가 갈라지듯 모랫길이 드러나 이른바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밀물 때는 육지와 분리된다. 지금은 위험 안내 표지판이 있지만 사고 당시에는 없었다.
옹진군은 재판 과정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A씨가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 걸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인근에 안전 표지판을 설치했더라도 A씨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며 A씨의 친모인 원고에게 보호 감독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했다는 것이 옹진군 입장이다. 그러나 제1심과 항소심 법원은 옹진군이 안전 관련물을 충분히 설치하지 않아 10%의 손배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목섬 인근은 자연 현상을 체험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장소로 물때를 모르는 외부인이 접근했다가 갑자기 물이 차올라 사망하거나 고립되는 등 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A씨에게 조현병이 있었다고 해도 안전 시설 설치 등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옹진군의 잘못이 인정된다. 원고가 A씨를 적절히 보호 감독하지 않은 잘못은 피해자 측 과실로 손배 책임을 줄이는 데 반영했다”라고 판시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