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먹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최근 주목받는 단일 항체 주사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혈관 벽에 쌓여 혈관 파열이나 출혈 등의 위험이 높은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CAA)’에서 기존 항체 주사제 대비 안전성과 효능의 차별성이 뚜렷하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CAA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50%에서 동반된다.
한림대 연구팀과 아리바이오 뇌과학연구팀이 국제 학술지(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리바이오의 자체 개발 경구용 알츠하이머병약 ‘AR1001’은 뇌혈관 장벽 보호 및 혈관 안정화, 독성 단백질 축적 완화 작용으로 CAA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특정 유전자(인간 ApoE4)를 탑재한 알츠하이머병 모델쥐에게 AR1001을 투여한 결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현저히 줄고 미세아교세포 활성과 뇌혈관 신경단백질(CLN-5) 발현이 증가해 뇌-혈관장벽(BBB) 누수 현상이 개선됨을 확인했다. 또 해마 내 독성 단백질 침착 역시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인지 기능도 회복됐다고 밝혔다.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최근 등장한 알츠하이머병 항체 주사제는 독성 단백질 제거 효과는 있지만 급격히 제거되는 과정에서 뇌 부종과 출혈 등 ‘아리아(ARIA)’라는 심각한 부작용 유발 가능성이 지적돼 왔다.
이에 비해 AR1001은 ‘PDE5 억제제’ 기반의 먹는 형태 치료제다. 뇌 독성 단백질 자체를 급격하게 제거하는 방식이 아닌 뇌혈류 개선, 뇌-혈관장벽 안정화, 신경염증 억제, 뇌세포 보호 등 다중 기전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병리적 변화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현재 미국 유럽 한국 등 13개국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45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아리아바이오 정재준 대표는 2일 “먼저 허가받은 단일 항체 주사 치료제는 뇌 독성 단백질을 강하게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어 CAA 병증을 가진 환자에게 특히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면서 “먹는 치료제인 AR1001은 CAA 같은 혈관성 병태를 동반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도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