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중국 공산당이 제일 선호하는 해외 ‘당교’”…WSJ 보도

입력 2025-06-02 09:32 수정 2025-06-02 09:37
미국 하버드대 전경.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하버드대가 중국 공산당 당원들의 집중적인 유학으로 ‘당교(party school·당의 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수십 년 동안 공산당은 수천 명의 중견·고위 관료들을 미국 대학 캠퍼스로 보내 경영자 교육과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게 해왔다”며 “하버드대는 그중에서도 특히 선호되는 목적지로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해외 최고의 ‘당교’로 불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하버드대 교육을 마친 당 관료들은 고위직으로 오르고 일부는 최고 엘리트 기구인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합뉴스

공산당 관료들은 주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행정대학원)에서 주로 공부한다. 2014년 상하이시의 당 기관지인 ‘상하이 옵서버’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 당교’ 순위를 매긴다면 1위는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일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중국의 전 국가부주석 리위안차오는 2002년 하버드 케네디스쿨 중견 관료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난징시 당서기였으며, 첫 수업은 ‘위기관리’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최측근으로 트럼프 1기 때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이끈 류허 전 부총리도 1995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행정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정치국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인 리홍중도 1999년 하버드 단기과정을 연수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은 1980년대 초부터 중국 학생들을 유치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이후 10년간 중간 관리자 교육을 위해 공무원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초 하버드대는 중국 공무원들이 하버드대와 중국 칭화대를 오가며 교육받는 ‘중국 개발 리더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공산당 고위층 자녀들도 하버드대에서 학부나 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시진핑 주석의 딸 시밍저는 2010년대 초 가명으로 하버드대 학부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 시진핑은 국가 부주석이었고, 딸이 졸업한 시점에는 국가주석이 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외손자 앨빈 장, 보시라이 전 정치국 위원의 아들 보궈궈도 하버드대 출신이다. 보궈궈는 2010~2012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취득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중국 유학생의 비자 신청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중요한 분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 유학생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 주요 대학들은 중국 관료들을 연수하는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관료들에게 서구의 공공정책 개념과 실무를 공부하게 해왔다. 시러큐스대와 스탠퍼드대, 메릴랜드대, 럿거스대 등이 중국 관료들에게 교육을 제공해왔다. 미국 외에도 싱가포르와 일본, 영국 등 국가의 주요 대학으로 중국 관료들의 유학 열풍이 불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