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뒤집은 소송 주인공은 직원 19명 와인 수입업체

입력 2025-06-01 17:40
미국 뉴저지주의 한 자동차 판매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매장 전면부에 '관세 무료'라는 글씨를 크게 표시해 놓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휘둘러온 관세 부과 정책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법원의 무효 판결로 혼란에 빠졌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전 세계적인 파장을 낳은 이 소송의 중심에 뉴욕시의 소규모 와인 수입 회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VOS 셀렉션으로 직원이 19명이며 이탈리아,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6개국에서 와인, 증류주, 사케 등을 수입하는 업체다.

이 회사를 창업해 39년 동안 운영해온 빅터 슈워츠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자기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 부과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슈워츠는 국제무역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자기 회사가 수입 주문을 계획할 수 없게 되고, 도매 고객 및 와인 생산 농가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며 “사업이 지속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VOS 셀렉션이 주도한 소송에는 다른 중소기업 네 곳도 함께 참여했다. 여성용 사이클링 의류를 생산하는 테리 프리시전 사이클링(Terry Precision Cycling)도 소송의 공동 원고다. 버몬트에 본사를 둔 이 의료 브랜드는 과테말라, 중국, 필리핀 등에서 직물과 완제품을 수입한다.

슈워츠는 변호인단이 원고 측 대표가 되고 싶은지 묻자 가족들과 논의를 거쳐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는 “모두가 그 사람(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해서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다고 불평할 수는 없다. 제 책임이었고, 제가 나서야 했다”고 WP에 말했다.

이밖에도 의류, 게임, 기계 산업 등에 걸쳐 약 12개의 소규모 기업들이 이 소송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슈워츠는 WP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자신이 거의 40년간 키워온 사업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무역법원 판결에 대해 “대단한 승리였고, 너무나 명확하고 만장일치로 나온 강력한 의견이었다”며 “그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송에서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무역법원은 “법원은 IEEPA를 그러한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며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관세 부과는 무효화되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이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항소 심리 기간 중 해당 판결의 효력을 잠정 정지했다고 발표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