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 감정동. 서울에서 강화도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이 동네엔 뜻밖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 건물 전체를 두른 흰색 외벽과 계단식 건축 구조에 층마다 마련된 테라스, 널찍한 유리창을 통해 햇살이 스며드는 공간까지. 언뜻 보면 현대적인 미술관이나 대형 갤러리 카페 같기도 한 이곳은 가까이 다가가 성인교회라는 간판을 확인하고서야 그 쓰임새를 알게 된다. 최근 이 교회에서 만난 황성준(58) 담임목사는 인사를 건네며 교회 공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교회는 단지 예배만 드리는 공간이 아니어야 합니다. 지역 사회와 연결되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동체의 공간’이 돼야 하죠.”
그가 말하는 교회는 신앙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공동체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머물며 배우고,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찬양하며 교제하는 공간이자 교회 울타리 안에서 ‘믿음의 가족’이 형성되고 자라나는 곳. 황 목사의 목회 철학은 이러한 공동체의 회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은 성인교회의 시작점은 서울 양천구 목동 하천가 천막에서 예배드리던 작은 공동체였다. 2000년 현 위치로 이전하며 새 터전을 잡았다. 그러나 오랜 역사 속엔 순탄치만은 않았던 시간도 있었다. 한때 분쟁을 겪으며 방향을 잃은 듯 흔들리기도 했다. 그 시기를 회복으로 이끈 이가 2대 담임 이창식 목사였다. 이 목사는 성도들의 상처를 품고 하나 됨을 위한 기도와 돌봄으로 교회의 질서를 다시 세웠다.
극적인 전환점은 3대 담임인 황 목사가 부임하면서 찾아왔다. 대령으로서 한국군종목사단장이라는 묵직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지역 교회 담임목사로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부임한 그는 무엇보다 ‘관계 중심의 목회’를 실천해왔다. 황 목사는 구조적인 개혁보다는 예배와 교육, 교제의 기초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예배의 회복이었다. 기존 예배에 찬양의 비중을 높이고, 삶과 밀착된 메시지를 담은 설교를 강화했다. 말씀을 통해 위로받고 도전을 얻은 성도들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서의 교제와 참여로 이어졌다. 점차 교회의 분위기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다음 집중한 영역은 양육과 훈련이었다. 그런데 교회 안에 교육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황 목사는 교회 리더십과 협의 끝에 비전센터 건축과 예배당 리모델링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고, 2년 5개월의 공사 끝에 2023년 9월 새 공간에서 입당 감사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밝은 채광과 예술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공간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예쁜 교회’ ‘가보고 싶은 교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황 목사는 “그 해에 ‘세계 최대 좌석 수(2190석)를 보유한 카페’로 기네스북에 오른 호텔식 카페가 (지역에) 문을 열며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늘었다”면서 “(교회와 카페) 두 건물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고 소개했다.
공간이 마련되자 다음세대 사역이 본격화됐다. 황 목사는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위한 교육에 그치지 않고 부모 교육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신앙교육 시스템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부모 신앙 양육 프로그램인 ‘마더 와이즈’ ‘파더 와이즈’와 함께 아동학 교수를 강사로 초청해 자녀의 발달 단계에 맞는 양육법과 신앙교육 방법을 알려주는 ‘영유아 사회정서 부모 교육’도 마련했다. 가정의 달 5월엔 ‘룰루랄라 야호’란 이름의 축제를 열어 주민들이 놀이동산처럼 찾아갈 수 있는 교회공간을 제공한다.
교육의 지향점이 사역 전반에 반영되도록 지난해엔 교회 자체적으로 교역자와 평신도를 아우르는 40여명 규모의 교육개발원을 핵심 부서로 출범시켰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젊은 부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자연스럽게 교회의 연령대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새 예배당 건축 후 2년여 동안 등록한 300여명 중 절반이 40대 이하의 젊은 세대다.
교회의 올해 표어는 ‘우리는 목장교회로 간다’다. 황 목사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일수록 교회 공동체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한다. 초대교회처럼 삶을 나누고, 말씀을 묵상하며, 서로를 돌보는 ‘작은 공동체’가 곳곳에서 살아 움직일 때 비로소 교회는 진짜 교회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6주에 걸쳐 목장교회를 주제로 한 시리즈 설교를 진행했고, 매일 묵상 자료를 55개 목장(소그룹)에 배포하며 실제적인 적용을 이끌고 있다. 단순한 소그룹이 아닌 ‘신앙과 삶이 맞닿는 작은 교회’로서의 목장을 통해 교제와 돌봄, 나눔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성인교회는 여전히 자라나는 교회다. 그러나 그 성장은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과 ‘신앙의 깊이’를 향한다. 황 목사의 목회는 그 방향을 잃지 않도록 교회를 이끄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교회 홈페이지를 열어보면 밤하늘을 밝히는 별빛 아래 교회의 5대 핵심 가치가 새겨져 있습니다. 예배 교육 전도 교제 섬김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지켜 행하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건강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가 은혜였다면, 앞으로는 순종으로 나아갈 시간입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