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중고차 수출시장, 브랜드 인지도 상승·지정학적 리스크에 급성장…올해 8조 넘본다

입력 2025-06-02 05:01

중고차 수출시장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대한 해외 신뢰도가 높아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신차 시장이 경색되면서 국산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업계는 올해 중고차 수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8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1일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에서 수출된 중고차(승용차·상용차 등 포함) 대수는 29만6704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4658대 대비 무려 52.4%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수출량(62만7875대)과 비교해도 절반에 가깝다.

올해 월별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4월 4개월 연속 중고차 수출 대수가 늘었고, 지난 4월 중고차 수출 대수는 8만508대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 3월의 3월의 7만8842대다. 지난 4월 수출금액은 7억6100만 달러(약 1조500억원)로 처음으로 월간 수출액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중고차 수출은 2020년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19억7200만 달러였던 수출액은 지난해 50억9300만 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연도별 월평균 수출금액은 2021년 2억4600만 달러, 2022년 3억9800만 달러, 2024년 4억24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중고차 수출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한 배경에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한몫했다. 과거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이었지만, 연비·내구성 등을 갖추면서 ‘가성비 좋은 차’라는 인식이 생겼다.

수출 주력 품목은 준중형·중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하다. 세단에선 현대 쏘나타·아반떼, 기아 K5·K3 등이, SUV에선 현대 투싼·싼타페, 기아 스포티지·쏘렌토의 판매가 수출 비중이 높았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현대 포터2, 기아 봉고3 등 1t 트럭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고 세단이 주력이었지만 최근에는 SUV,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요인이 중고차 수출에 영향을 줬다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이 급증했는데, 업계에선 이를 경제 제재로 유럽·미국산 신차 수입이 어려워진 러시아가 주변국을 통해 국산 중고차를 구매하고 있다고 본다. 각국의 구매력이나 인구 수준을 고려했을 때는 현지에서 유입되는 물량 전체를 소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시리아행 물량도 늘고 있다. 시리아 중고차 직접 수출 대수는 3월 2만183대, 4월 1만6063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진 이후 전후 복구 수요로 한국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망도 좋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 소장은 “초기 과열 상태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엔 수출량이 다소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 중고차 수출 규모는 8조원을 넘어 9~10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신흥국의 경제성장 등을 동력으로 글로벌 중고차 시장 및 무역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