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대선서 투표보조 받는다…법원 “임시조치 인용”

입력 2025-06-01 17:07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권현구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달장애인들이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낸 임시조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발달장애인 A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시조치 신청을 지난 30일 인용했다.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한 차별행위 중지와 그 시정을 위해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21대 대선을 포함해 채무자가 주관하는 선거와 국민투표에서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것을 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 등은 이번 대선에서 가족 또는 본인이 지정하는 2명으로부터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A씨 등은 각각 2022년 6월 지방선거 투표일, 같은 해 3월 20대 대선 사전투표일에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투표사무원에게서 투표 보조 요청을 거부당했다.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선관위 측은 해당 규정에 발달장애인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차별 구제 조치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10월 1심은 투표 보조 허용 대상에 발달장애인도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선관위 측이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임시조치 사건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의 투표 보조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돼서도 간단한 일상생활도 타인의 도움 없이 영위하기 어려워 일생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투표소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선 인지 및 행동에 일상생활보다 더 어려움을 겪어 스스로 정확하게 투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투표 보조의 도움을 받아야 자신의 의사에 부합하는 투표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투표 보조를 거부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투표 보조의 편의 제공은 A씨 등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국가의 차별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투표 보조의 편의 제공 및 관련 조치를 명할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