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지, 마지막 18번홀 4.5m 버디 퍼트로 3년 묵은 우승 갈증 풀었다…“압박감 있었지만 내 플레이에 집중했다”

입력 2025-06-01 16:55 수정 2025-06-01 17:02
1일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 골프 앤드 리조트에서 끝난 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정윤지가 우승 트로피를 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마지막 18번 홀(파5), 4.5m 가량의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정윤지(24·NH투자증권)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격정적인 세리모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첫날부터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다.

정윤지가 3년여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2승에 성공했다. 정윤지는 1일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 골프 앤드 리조트(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 원)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보기 2개에 버디 4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사흘간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정윤지는 2위 이채은(25·메디힐)의 집요한 추격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2022년 E1 채리티 오픈에서 연장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거둔 우승에 이어 3년여만에 맛보는 통산 2승째다.

우승 상금 1억 8000만원을 획득한 정윤지는 올 시즌 상금액이 2억 9434만원으로 늘어나 상금 순위 23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대상 포인트 역시 70점을 획득, 공동 31위에서 12위(103점)가 됐다.

정윤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임희정(24·두산건설), 유해란(24·다올금융그룹)과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을 정도로 기대주였다. 하지만 2019년에 K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에는 유해란과 임희정보다 우승이 늦었다.

투어 데뷔 3년여가 지난 2022년 E1 채리티 오픈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뒤 그가 “친구들의 우승을 보면서 엄청 부러웠다”고 말하며 펑펑 눈물을 쏟아낸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동갑내기 절친인 박현경(24·메디힐), 조아연(24·한국토지신탁)마저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서면서 정윤지의 조바심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1일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 골프 앤드 리조트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정윤지가 든든한 후견인인 부모님과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정윤지는 투어에서 차분하면서도 표정이 없는 대표적 선수다. 그런 그가 마지막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키고 난 뒤 그답지 않게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쥔 채 역동적인 세리모니를 한 것은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컸는 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었다.

정윤지는 경기를 마친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3년전 생각이 많이 났다. 차분하게 내 플레이를 하자는 마음으로 퍼트를 했는데 들어가 기뻤다”라며 “우승하면 포효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해왔다. 막상 우승하고 나니까 그 생각은 전혀 없었고 나도 모르게 손으로 하는 격한 동작이 나왔다”고 말했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정윤지는 12번 홀(파3)까지 버디 3개에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는데 그쳐 6타를 줄이며 맹추격전을 펼친 이채은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채은은 16번 홀(파4) 2.4m 파 퍼트, 17번 홀(파4) 4.5m 파 퍼트 등을 성공시켜 정윤지를 압박했다.

정윤지는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고 경기에 임했다”면서 “이채은이 추격하는 걸 어느 정도 알았다. 압박감을 느꼈지만 내 플레이에 집중했다. 오늘 뿐만 아니라 이번 주 내 플레이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주 E1 채리티 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이채은. KLPGA

이채은은 가장 쉽게 세팅된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2주 연속 준우승을 거둬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안송이(34·KB금융그룹), 지한솔(28·동부건설), 윤화영(24)이 공동 3위(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대회를 마쳤다. 전우리(27·3H)가 6위(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에 입상했다.

디펜딩 챔피언 이예원(22·메디힐)은 공동 7위(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시즌 3승 포함해 6번째 ‘톱10’ 입상을 거둔 이예원은 대상, 상금, 평균타수 1위를 질주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