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중국에 경제 의존하면 악의적 영향력 커져”…‘안미경중’ 경고

입력 2025-06-01 08:07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현지시간)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의 협력을 의미하는 이른바 ‘안미경중’에 대해 ‘‘중국의 악의적적 영향력을 증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방위비 증액도 강조하면서 한국의 새 정부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개최 중인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은 아시아 패권국이 되려고 한다”며 “이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위협이 실제적이고 즉각적”이라며 아시아 동맹국에 국방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도 요구했다.

헤그세스는 “중국이 막대한 군사력 증강, 무력 사용 의지로 이 지역의 현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중국의 행동은 주변국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긴급한 신호”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는 특히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안다”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며 긴장된 시기에 우리의 국방 관련 결정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가 한국 등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안미경중’ 기조에 대해 우회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헤그세스는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중국을 지배하거나 굴욕을 주거나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지배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만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중국의 위협은 현실이며 당장이라도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아시아에 대한 방위비 증액도 요구했다. 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하고서도 국방비 지출을 덜 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그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열린 미국·일본·호주·필리핀 등 국방장관이 회의 뒤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힘과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4국 국방장관은 중국이 필리핀 등을 상대로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재확인했다”며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이 중요하다”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