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도 회사채 발행도 어렵다…임시방편 PRS 의존하는 석화업계

입력 2025-06-01 08:06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업계가 잇따라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PRS는 사실상 빚이지만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건전성 개선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더 큰 재무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국내 증권사들과 PRS 방식으로 5000억원 조달을 협의하고 있다. 대상 주식은 본사와 독일 신재생에너지 자회사 지분 일부다. 한화솔루션이 3년 후 해당 지분을 되사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PRS로 조달한 자금은 해외 현지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차입 여력이 부족한 석화업계가 최근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PRS는 사실상 금융사에 빚을 낸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보통 회사채 발행보다 금리가 높긴 하지만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약 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1분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약 11조7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00%에 근접했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효성화학은 지난 4월 28일 베트남 자회사 효성비나케미칼의 지분 49%를 자산으로 PRS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3월 PRS를 통해 6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 조달 길이 점점 막히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형 금융사들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가 강화된 영향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조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홈플러스 사태 이후 비우량 채권 수요가 사라진 상태다. 이들 기업이 섣불리 수요예측에 나섰다가 물량 소화가 안 되면 오히려 위기가 부각될 수 있다. 유상증자를 선택하기엔 금융당국 문턱을 넘기 부담스럽다.

궁여지책으로 택한 PRS가 장기적으로 재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PRS는 통상 일반 공모 회사채 대비 1~2% 포인트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대부분 기업은 만기 도래 시 재계약을 통해 상환을 연장한다. 상환이 늦어질수록 재무 리스크가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이 조달한 자금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실적도 개선하면 다행이지만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 없이는 위기를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