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비디디’ 곽보성이 반드시 레전드 그룹에 합류하고 싶다는 염원을 밝혔다.
KT 롤스터는 31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DRX를 2대 0으로 꺾었다. 이로써 KT는 10승8패(+2)로 정규 시즌 2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들의 운명은 농심 레드포스의 손에 놓였다. 1일 농심과 디플러스 기아(9승8패 +1)의 정규 시즌 2라운드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KT와 디플 기아 중 마지막 레전드 그룹 진출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DRX전 직후 국민일보와 만난 곽보성은 “반드시 레전드 그룹에 합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월즈에 진출하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라이즈 그룹으로 가면 목표에서 멀어진다는 느낌도 받는다”면서 “레전드 그룹에서 패배를 많이 쌓더라도 강팀들과 붙으며 양질의 경험을 쌓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DRX를 2대 0으로 이겨서 레전드 그룹 진출 확률을 높였다.
“오늘 이겨야 그나마 희망이 생기니까 경기 전부터 조금 긴장되더라. 이럴 때일수록 넘어지기 쉽다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게임 하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설상가상 주말 오후 3시 경기는 평소보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아서 여러모로 제정신이 아닌 채로 게임 했다. 2대 0으로 이겨서 다행스럽다.”
-DRX를 이기기 위해 준비해온 전략은.
“우리는 1레벨 설계를 좋아하는 팀이다. DRX도 그런 데 강점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레벨 설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준비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난하게 그 단계를 넘겼다. 이후 운영 단계로 넘어가면 우리가 더 잘한다고 생각했고, 첫 세트 완승을 거둔 뒤로는 2세트도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2세트는 초반에 주도권을 내줬다.
“하면서 ‘답이 없다’고 느끼긴 했다.(웃음) 아리 대 빅토르 구도는 일대일로 놔두면 아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도움을 받을 만한 동료 챔피언도 없어서 막막하긴 했다. 내가 평소 구도 이상으로 CS를 많이 놓치기도 했다.
이 구도는 ‘쵸비’ 정지훈 선수가 아니고선 쉽게 뒤집을 수 없는 구도다. 원래 아리가 한 번에 체력을 확 깎아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데, 룬과 아이템이 계속 바뀌면서 이제 아리가 승부를 볼 수 있는 턴이 나오지 않게 됐다. 그래도 첫 한타에서 이긴 뒤로는 우리가 게임을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젠지전에서 아쉽게 졌다. 이후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가 스노우볼을 잘 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팀에 비해 공격적인 운영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급 싸움에서도 밀렸다. 나중에 연습실에서 라인전 단계를 복기하면서 사일러스 대 빅토르 구도에 대한 이해도가 ‘쵸비’ 선수보다 확실히 낮았다고 느꼈다.”
-곽 선수도 라인전 이해도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인데.
“당연히 내가 먼저 만든 정석 구도도 있지만,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미드 라인전 구도는 ‘쵸비’ 선수의 플레이가 베이스(base)다. 항상 합리적인 플레이를 한다. 그를 꺾으려면 나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젠지전 3세트를 다시 보면 초반에 내가 유리했다. 인베이드로 점멸을 뺐기 때문에 아마 ‘쵸비’ 선수도 초반엔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흥분해서 2레벨에 이성적이지 않은 딜 교환을 시도했다가 주도권을 내줬다.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보다는 항상 침착함을 잃지 말자고 생각했다.”
-KT의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 로드 투 MSI에서도 성과를 낼 만할까.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오프에선 체급이 중요하다. 공격적인 운영도 중요해진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KT는 아직 그런 점들이 부족하다. 현재 있는 4~6위 구간에선 괜찮은 수준이지만 최상위권 팀들에는 못 미친다. 더 발전해야 한다.”
-레전드 그룹에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지.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꼭 레전드 그룹으로 가고 싶다. 월즈에 진출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인데, 라이즈 그룹으로 가면 목표에서 멀어진다는 느낌도 받는다. 라이즈 그룹에서 승수를 많이 쌓고 기세를 타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나는 레전드 그룹에서 패배를 많이 쌓더라도 강팀들과 붙으며 양질의 경험을 쌓고 싶다. ‘리헨즈’ (손)시우가 디플 기아전에서 잘해줬으면 좋겠다. 어제는 시우가 밉더라. ‘하늘이 우릴 버리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우야, 제발 잘해줘.”
-KT가 부진을 극복한 게 곽 선수가 미드에서 버텨준 덕분이라고도 한다.
“이제는 게임다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실 팀이 부진했을 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직접적으로 얘기를 해본 건 아니지만 팀원들이 피드백 시간에 내 눈치를 본다는 느낌도 알게 모르게 받았다. 그래도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노력한 보람을 느낀다. 이제 팀원들의 실력이 올라온 만큼 내가 안일해지는 걸 경계한다. 그 부분만 조심하면 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