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의 섬’ 제주… “평화 개념 구체화, 실천적 노력 필요”

입력 2025-05-30 18:17 수정 2025-05-30 23:23
30일 오전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평화도시 제주의 미래' 세션에서 김부찬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가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지 올해 20주년이 되는 가운데,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서는 평화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도민 일상에 평화 가치를 내재화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제주포럼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평화도시 제주’ 세션에서 김부찬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가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이후 지난 20년간 국제평화재단 설립, 평화연구원 설치 등 여러 사업이 추진됐지만 제주도가 추구해야 할 평화의 개념을 구체화하지 못한 채 관 중심으로 흘러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날 기조발제에서 “평화의 개념은 이미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 생태적 평화로 변화하고 있다”며 “제주도가 추구하는 평화의 개념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세계평화의 섬 지정과 정부의 역할을 제주특별법 235조에 명시한 것은 세계평화의 섬 지정이 단지 상징적이거나 정치적인 선언의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목적에 맞게 평화실천사업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4·3을 비롯한 관련 사업이 유기적으로 힘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평화도지사 직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세계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평화실천사업 중 하나인 제주포럼과 관련해 “제주포럼에 현직 국가 원수나 현직 외교 관련 책임자들이 참석할 수 있어야 제주도지사가 정책 결정권을 가진 이들과 평화 관련 의제를 논의해 정책적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면서 “제주포럼의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평화 문화가 제주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다른 글로벌 평화도시들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지방외교, 민제외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30일 열린 제주포럼 중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평화도시 제주의 미래' 세션에서 종합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문정임 기자

기조발제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세계평화의 섬 제주 활착을 위한 주문이 잇따랐다.

변종헌 제주대 교수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생태정의공동체가 구체적인 개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주는 자연생태계 파괴를 멈추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평화공동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자연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며 “특히 일상과 지역성이 평화 실천에 핵심 이슈로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앞으로는 정부가 이끄는 평화가 아니라 일상에서 도민이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도민의 평화 역량을 강화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반드시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수 단국대 교수는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을 기반으로 제주도가 새롭게 만들어갈 제주형 평화도시 모델은 실질적인 평화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며 “국내에 평화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들과 먼저 네트워크를 맺고 구심력을 갖춰 외부로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제주포럼의 명칭이 기존 ‘제주평화포럼’에서 ‘평화과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바뀌었다”며 “평화의 개념이 와닿지 않는다. 이는 제주도가 (외연을 넓히기 위해)평화를 버린 것이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를 20년 했지만 제주만의 고유한 특별도를 형성하지 못한 것처럼 세계평화의 섬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태역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국제관계지원실장은 “다층적 외교의 시대”임을 강조하면서 “국가와 지방정부, 개인(시민단체)이 다층적 외교를 위한 협업 체계를 갖춰 평화를 매개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하 실장은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정부와 제주도의 교섭 협력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앞서 2021년 제주포럼에서 출범한 ‘글로벌 평화도시 연대’를 확장 재편해 평화와 환경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제주포럼’은 역사적인 6·15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이듬해인 2001년 ‘제주평화포럼’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격년제로 열리던 제주포럼은 2011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듬해부터 연례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