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日과 함께 반도체·에너지 동맹”…美 LNG ‘공동 대응’ 시사

입력 2025-05-30 15:38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SK그룹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일본 기업과 손잡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공동 구매 등 에너지 분야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닛케이와 인터뷰를 갖고 “한일 반도체 기업 간 생태계를 통합해 양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고 밝혔다. HBM처럼 고객 맞춤형 설계가 중요한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선 일본의 정밀한 부품과 장비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HBM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라 급성장 중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SK하이닉스가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고객이 요구하는 반도체를 고객과 함께 개발해 고객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HBM의 제조 난이도가 높은 만큼 장비나 소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 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한-일 반도체 기업 간 생태계(Eco System)를 통합하고 싶다”고 말했다.

SK는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올해 초 통합 창구 역할을 할 ‘SK Japan’을 설립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에너지, 통신 등 전 영역에서 일본 기업과의 투자·협업을 담당한다. 최 회장은 “SK 제품이 성장하려면 일본과의 추가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공급망 파트너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최 회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붕괴되고 경쟁의 규칙이 바뀌었다”며 “한일이 경제 공동체를 구축하면 다양한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산 LNG 공동 구매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함께 LNG를 구매하면 규모도 커지고 가격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며 “에너지 저장 시설 공동 이용, 수소 기술 공동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