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유시민에 “못 가는 자리 따로 있나…설난영이 나”

입력 2025-05-30 12:49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설난영 여사에 대해 발언하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영상 캡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0일 부인 설난영 여사를 겨냥한 비하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인생에서 갈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고 갈 수 없는 자리가 따로 있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김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설난영이 김문수고, 김문수가 설난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8일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설 여사에 대해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 그래 봤자 대통령 될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라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김 후보는 “노조 회의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독립적이고, 소박하고, 강단 있는 모습이 참 멋졌다”고 돌이켰다. 이어 “봉천동 교회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이후 저는 40년 넘게 평생을 아내와 함께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역마루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함께 손을 들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천=이한형 기자
그는 “제 아내 설난영씨는 25세에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될 만큼 똑부러진 여성이었다”며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탁아소를 운영한 열정적인 노동운동가였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제가 2년 반의 감옥생활을 하는 동안 묵묵히 곁을 지키며 희망과 용기를 주던 강인한 아내이자, 서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하나뿐인 딸 동주를 바르게 키워낸 훌륭한 엄마였다”면서 “위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저와 가족을 지킨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정치권 안팎에서 적잖은 반발을 야기했다. 유 전 이사장은 “설씨가 생각하기에 ‘김문수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고, 나하고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혼인을 통해 본인이 좀 더 고양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조건에서 자기 남편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기 어렵다.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사모님까지 됐으니 더더욱 우러러보게 됐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영상 캡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시민씨의 발언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계급의식과 오만함이 진보 진영의 대표 스피커라 자처하는 이들의 알량한 철학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대선이라는 공적 무대에서 학벌주의와 여성 비하에 가까운 저급한 언어로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정치적 품격이란 무엇인가 다시 묻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씨의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며 “한 여성의 삶 전체를 남편의 존재에 기대 형성된 허상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박탈하려는 계급주의적 비하이며 그 속엔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와 오만이 배어 있다. 비판이 아닌 조롱이자, 분석이 아닌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유씨는 대한민국 여성을 학력, 직업에 따라 계급화하는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평범한 오늘을 투쟁적으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씨의 이런 발언은 여성을 남편의 그림자나 부속품으로, 노동자를 학력으로 서열화하는 구시대적 성편견의 표출”이라며 “입버릇처럼 평등을 외치고 양성평등을 말하지만, 저들의 사고 밑바닥에는 늘 성골·진골식 우월감과 차별의식이 깊이 배어 있다. 진보를 가장한 왜곡된 폭력적 성의식, 이것이 그들의 민낯”이라고 질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