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돌봄 문제, 한국교회가 답하다!

입력 2025-05-30 12:09
27일 대전 디딤돌교회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콘퍼런스에서 행사 관계자들과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자녀 돌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관련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전성시화운동본부(대표회장 류명렬 목사)와 CTS대전방송은 지난 27일 대전 디딤돌교회(임성도 목사)에서 ‘저출산 대책 콘퍼런스’를 공동 주관하고 ‘저출산 시대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다양한 돌봄 사역 사례와 정책 제안을 공유했다.

콘퍼런스는 교회가 단순한 신앙공동체를 넘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대안학교 등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다음세대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으로서 교회의 사명을 재조명했다.

류명렬 목사(대전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가 27일 대전 디딤돌교회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콘퍼런스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콘퍼런스는 고석찬 목사(대전중앙교회)의 기도로 시작해 대표회장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가 설교했다. 류 목사는 “인구 감소와 교인 수 감소, 다음세대 부재는 한국교회의 중대한 위기”라며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회복의 기회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skill)’을 찾기 전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고민이 교회 안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강연에 나선 정명기 ㈔행복한출생든든한미래 사무총장은 ‘법 개정에 따른 교회형 아동돌봄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2025년 1월 14일부터 공포된 건축법 시행규칙 제12조 개정안에 따라 교회가 복수 용도로 지정될 경우 돌봄시설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0~18세 아동을 위한 공동육아나눔터, 다함께돌봄센터, 대안학교뿐 아니라 노인·장애인 돌봄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전 세대를 품고 기도하며 돌보는 사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대전 디딤돌교회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강연자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콘퍼런스는 실제 사례와 대응 방안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청주서남교회 장승권 목사는 교회의 실제 돌봄 사례를 소개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임 초기 지하 유휴공간에서 시작된 돌봄 사역은 교회 권사 임직자들의 헌신과 헌금으로 키즈카페가 되었고, 현재는 스터디카페와 아기학교, 공동육아 등으로 확장됐다. 또 출산 가정엔 ‘새생명 출산지원금’과 ‘세례지원금’을 제공하며 지역사회에서 신앙공동체로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장 목사는 “리더는 권력의 자리가 아닌 책임의 자리”라며 “교회가 지역사회 저출산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다산교회 윤형관 목사는 저출산을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닌 ‘문화의 문제’로 진단했다. 그는 “저출산은 고령화, 노동생산성 저하, 복지 재정의 위기를 초래하며 결국 사회 전반의 위기를 유발한다”며 “이제는 결혼과 출산을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복된 부르심’으로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다산교회는 하이파이브 가족수련회, 가족셀 예배, 온세대 통합예배, 신혼부부 셀, 결혼예비학교 등을 통해 다음세대가 교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윤 목사는 “교회는 생명을 품고 가정을 세우는 공동체로서 저출산 문화를 이겨낼 가장 강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 콘퍼런스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 발표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숙경 교수, 정명기 사무총장, 윤형관 목사, 제양규 교수(왼쪽부터).

이어진 발표에서 노하현 자란다플러스 대표는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아이를 맡길 공간이 절실하다”며 “교회는 유휴공간과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춘 돌봄의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돌봄방이나 공부방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면서 지자체나 단체,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을 제안했다.

한동대학교 VIC 초중등교육지원센터 제양규 교수는 충남 당진동일교회의 사례를 들어 교회형 방과후학교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는 “공립 돌봄서비스는 수요에 비해 질적·구성적 한계가 크다”며 “교회 중심의 민간 돌봄공동체가 학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VIC 프로그램은 돌봄뿐 아니라 창의 학습(국영수 등)과 신앙 훈련을 함께 진행하며 돌봄공동체 설립 상담 지원에서 전문 교사 훈련과 전문인력 지원,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대전=글·사진 김성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