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훈련 비행 중 추락한 해상초계기(P-3)가 추락 직전까지 관제탑과 정상적으로 교신했다고 해군이 밝혔다. 다만 1분 전 마지막 교신에서도 비상상황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은 조류 충돌이나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블랙박스가 발견되면서 원인 규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감식 작업에 나섰다고 30일 밝혔다. 사고 항공기 잔해를 해군 항공사령부로 이송해 민간 전문 인력이 포함된 합동 사고 조사를 할 계획이다.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당시 포항기지에서 이·착륙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를 접촉한 뒤 재상승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사고기는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총 3회의 훈련을 계획했었다. 오후 1시43분 이륙해 1차 훈련을 제대로 마쳤으나,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오후 1시49분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해 탑승자 4명 전원이 숨졌다.
사고기와 관제탑 간의 마지막 교신은 추락 사고 1분 전인 오후 1시48분이라고 해군은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관제탑과의 마지막 교신에서도 비상 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군 포항기지 관제사는 사고기를 육안과 레이더로 관측하며 사고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2분 뒤인 오후 1시51분 해군 항공사령부 지휘통제실로 보고했고, 해군은 오후 1시53분부터 항공사와 해병대 1사단 소방차 5대와 구급차 5대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사고기는 2010년 도입된 노후기로, 2030년 도태 예정이었다고 한다. 통상 부품 교체와 정비 등을 거친 P-3 기종의 평균 운용 수명은 20~30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의 마지막 창정비는 2021년 2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사고기 훈련 비행경로는 평소와 같았고, 포항기지의 기상 상황도 양호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조류 충돌, 기상 급변 및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해군은 이날 오전 ‘블랙박스’로 불리는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탑승자 4명 모두 순직으로 결정하고, 장례식은 해군장을 치르기로 했다. 또 국방부에 순직자들에 대한 일계급 추서 진급을 건의할 예정이다. 해군은 포항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다음 달 1일 영결식을 거행할 방침이다. 순직자들은 이후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될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