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시민씨의 발언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계급의식과 오만함이 진보 진영의 대표 스피커라 자처하는 이들의 알량한 철학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대선이라는 공적 무대에서 학벌주의와 여성 비하에 가까운 저급한 언어로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정치적 품격이란 무엇인가 다시 묻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씨의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며 “한 여성의 삶 전체를 남편의 존재에 기대 형성된 허상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박탈하려는 계급주의적 비하이다. 비판이 아닌 조롱이자, 분석이 아닌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장남 이동호씨를 거론하며 “그들의 구체적인 행위나 의혹 관련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설 여사의 삶을 아무런 위법 혐의도 없이 단지 남편과의 관계나 학벌을 근거로 평가하고 공격하는 것은 유씨 개인의 왜곡된 여성관과 계급적 사고를 드러낸 행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씨는 과거 명문여고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마친 설 여사를 선거의 도구로 삼아 ‘욕망의 화신’처럼 묘사했다”며 “퇴행적이고 모욕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벌 비하 유시민. 여성 비하 유시민. 노인 비하 유시민. 그의 언행은 위선과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도태돼야 할 낡은 진보 지식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유씨는 또 “설씨가 생각하기에 ‘김문수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고, 나하고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혼인을 통해 본인이 좀 더 고양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조건에서 자기 남편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기 어렵다. 국회의원 사모님, 경기도지사 사모님까지 됐으니 더더욱 우러러보게 됐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유씨는 대한민국 여성을 학력, 직업에 따라 계급화하는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평범한 오늘을 투쟁적으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씨의 이런 발언은 여성을 남편의 그림자나 부속품으로, 노동자를 학력으로 서열화하는 구시대적 성 편견의 표출”이라며 “입버릇처럼 평등을 외치고 양성평등을 말하지만, 저들의 사고 밑바닥에는 늘 성골·진골식 우월감과 차별의식이 깊이 배어 있다. 진보를 가장한 왜곡된 폭력적 성의식, 이것이 그들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