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부는 ‘조용한 부흥’… 한국교회, 선교 협력 파트너로 나선다

입력 2025-05-29 17:52 수정 2025-05-30 14:41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제공

글로벌 선교의 패러다임이 기존 서구 중심에서 동서양 협력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29일 서울 동작구 KWMA 세미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리더십포럼에서 유럽교회 지도자들과 선교 협력을 모색한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폴란드 비스라에서 열린 ELF 대회에는 유럽 전역의 900여명 교회 및 선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KWMA 법인부이사장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와 운영이사장 황덕영(새중앙교회) 목사 등 한국 대표단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스테판 구스타프손 ELF 회장, 린제이 브라운 국제로잔 3차대회 국제디렉터 등 핵심 인사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유럽 지도자들은 세속주의로 인한 교회의 어려운 현실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미국과 유럽 주류 교회들이 세속화 물결을 타면서 동성애 다원주의를 인정하고 성경을 제대로 믿지 않게 됐다”며 “교회가 일종의 펠로우십이나 소그룹 취미 활동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희망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한철호 미션파트너스 대표는 “새로운 세대(15~25세)가 복음에 어마어마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콰이어트 리바이벌(조용한 부흥)’이 젊은 복음적 교회들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옥스퍼드의 한 앵글리칸 교회에서는 수백 명의 젊은이가 모여 살아있는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고 강 사무총장은 전했다.

강 사무총장은 한국교회 주도로 출범한 비서구 중심 선교운동 COALA(Christ over Asia, Africa & Latin America)를 소개하며 유럽교회와의 선교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한충희 두란노국제선교회(TIM) 본부장은 중동의 난민 사역 등에서 한국과 유럽 선교사들 간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번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도출됐다. 첫째, 한국에서 파송된 1200여명의 유럽 선교사들이 현지교회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강 사무총장은 “동유럽 선교사 수련회에서 이런 이슈를 내걸어 한국 선교사가 현지교회와 함께 가는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현지교회도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둘째, 남반구와 북반구 선교 간의 대화와 협력을 본격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남반구 교회와 유럽, 북미 등 북반구 교회 간의 선교적 대화와 협력을 의미한다.

한 본부장은 영국교회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영국교회는 십일조 등 건강한 헌금 구조가 거의 없고 교회와 선교단체 간 연합이 미약하다”며 “선교단체들이 주로 큰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사역하고 있어 한국 선교가 추구하는 다양한 사역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력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다음세대 사역에서 웨일스 등지의 젊은이들이 교회로 들어오고 있어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난민 사역, 중동·아프리카 지역 선교에서 영국의 경험과 비법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창선 위디국제선교회 대표는 “영국교회가 한국의 COALA 운동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함께 하고 싶다는 기대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특히 린제이 브라운 리더십을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이 COALA에 주목하면서 이번 유럽 방문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내년 한국에서 후속 회의를 개최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