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통신사 가입 유치 경쟁…SKT 신규가입 재개 언제쯤

입력 2025-05-31 05:00
신도림 테크노마트. 뉴시스

“해킹사고가 안 터졌다면 단통법 폐지가 별다른 힘을 못 썼겠죠. 그런데 지금 통신 3사가 모두 지원금을 올린 데다가 계속 경쟁을 자극할만한 요소들이 예고돼있어요.” 지난 29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휴대폰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모처럼 불붙은 이동통신사 간 가격 경쟁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공시지원금과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확대하며 시작된 영업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대리점 신규 영업 재개 시점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맞물리면 경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대리점 신규 가입 재개는 이르면 6월 말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8일 SK텔레콤의 신규 영업 중지 해제 시점에 대해 “SK텔레콤 이용자 2400만명 전부까지는 아니어도, 물리적 유심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는 전부 만족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최근 7일(21~28일) 유심 교체 속도는 일일 28만명 수준이다. 남은 예약자 389만명에 추가로 교체를 예약하는 가입자까지 고려하면 유 장관이 제시한 조건을 맞추는 데에는 최소 15~20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을 떠난 가입자는 45만명이 넘었다. 휴대폰 회선과 결합해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 인터넷 회선 역시 가입 감소세가 뚜렷하다. 계열사 SK브로드밴드의 평균 가입회선 수는 사고 이후 한 달 동안 같은 기간 대비 21.2% 감소했다.

현재 가입자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신규가입을 재개하면 가입자 수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도림 매장들에서 갤럭시 S25 울트라 기준 SK텔레콤의 번호이동(통신사 변경) 가격은 기기변경(통신사 유지)과 같았다. 일반적으로 번호이동 가격은 기기변경보다 저렴한데, SK텔레콤이 가입자 이탈 방지에 집중하며 기기변경 지원금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다른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SK텔레콤이 지난주 e심개통 장려금을 5만원 수준으로 도입하더니 28일에는 15만원으로 올렸다”며 “신규 가입 제한이 풀리면 번호이동에 집중하는 등 가입자 회복 공세에 나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7월 22일에는 단통법이 공식 폐지된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지원금에 제한을 둬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당초 통신 업계에서는 법안 폐지 이후에도 추가 보조금 경쟁은 치열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통신사 간 점유율 구도가 굳어진 데다가 새로운 먹거리로 인공지능(AI)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굳이 출혈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LG유플러스 일부 판매점에서 갤럭시 S25 시리즈 리베이트 금액을 95만원까지 늘리면서 당분간 통신사 간 치열한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