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무효’ 판결에도 英 협상 확정 나선 이유

입력 2025-05-29 14:32 수정 2025-05-29 17:06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을 위법으로 판단하고 오는 7월 발효에 제동을 걸었지만, 유일하게 관세 협상을 끝낸 영국은 기존의 합의를 확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협정을 이행하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음 주 미국과 만날 것”이라며 “이는 영국 자동차·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조너선 레이놀즈 영국 산업통상장관은 6월 3~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양국의 무역협정 일정표를 논의하고, 시행 속도를 높이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 8일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20여일 만인 28일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한 10~25%의 관세와 주요 교역국에 차등 부과할 예정인 상호관세를 막아 달라며 미국 소재 5개 기업과 오리건 등 12개 주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선제적으로 협상을 끝낸 영국이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영국은 미국에서 향후 계속될 관세 소송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것보다 이미 합의한 무역협정을 이행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 영국산 자동차 10만대에 한정해 27.5%의 관세율을 10%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자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율을 0%로 내려 완전히 면제받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다만 FT는 “미국에서 영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율은 여전히 25%로 적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