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유권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에 속속 모여들었다. 일부 투표소에선 사전투표를 감시하다는 명목으로 집결한 보수단체·유튜버들과 시민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날 사전 투표소 곳곳에선 투표 ‘오픈런’을 위해 모인 시민들로 긴 대기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서울 중구 신당제5동 사전투표소에선 오전 6시 정각이 되자 선거 사무원이 “지금부터 6월 3일 실시하는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를 개시하겠다”라고 외쳤고, 시민 20여명이 신분증을 꺼내 들고 투표소에 입장했다.
투표 관리인들은 이번 사전 투표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는 60대 염모씨는 “투표가 시작된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투표한 사람만 550명이 넘는다”며 “지난해 총선은 지금 줄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6∼7년 동안 여기서 일했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고 놀라워했다.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대다수 출근길 직장인이었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박지선(50)씨는 “출근 전에 투표하기 위해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서 달려왔다”고 웃어 보였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투표소에 들른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중구 신당제5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김민선(26)씨는 “동대문에서 의류를 판매하는데 오전 5시에 퇴근한다. 본 투표 당일에도 일할 것 같아 퇴근길에 투표하러 왔다”며 “국민으로서 할 일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원하는 의제로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이경순(50)씨는 차기 정부에 대해 “지금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전영철(49)씨도 “생활 경제 등 전반적인 경기 추세가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요새 소상공인들이 너무 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4개월 넘게 이어진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생긴 사회적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진권(37)씨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정치색 때문에 갈라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부 투표소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현장을 감시하는 이들과 시민 간의 충돌이 빚어지면서 경찰이 출동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4동 주민센터 맞은편에선 오전 6시부터 부정선거 감시단 소속 중년 여성 3명이 휴대전화 거치대를 설치한 채 사전투표소 입구를 비추며 동영상을 녹화하고 있었다. 일부는 수첩과 펜을 들고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시민들의 인원을 일일이 집계했다.
오전 7시15분쯤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중년 남성이 자신이 촬영된 것에 항의하며 이들에게 영상을 지우라고 소리쳤다. 순식간에 언성이 높아지면서 말다툼이 일어났고, 경찰이 선관위 직원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다른 시민들도 “내 모습이 왜 영상에 담겨야 하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함부로 침해하냐”고 항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비가 일어난 만큼 이곳을 거점으로 설정하고 투표가 끝날 때까지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투표율은 10.51%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466만6252명이 투표를 마쳤다. 오후 1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역대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단위 선거의 동시간대 투표율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준 신주은 양윤선 이서현 이찬희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