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발효에 제동 “대통령 월권”

입력 2025-05-29 09:31 수정 2025-05-29 12: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주요 교역국별로 매긴 상호관세율을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월권으로 판단하고 오는 7월 발효에 제동을 걸었다.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방국제통상법원은 28일(현지시간)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한 10~25%의 관세와 주요 교역국에 차등 부과할 예정인 상호관세를 막아 달라며 미국 소재 5개 기업과 오리건 등 12개 주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다른 국가와의 무역을 규제하는 독점적 권한은 헌법상 연방의회에만 부여됐다. 이는 대통령의 비상 권한으로 뒤집을 수 없다”며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상품에 무제한적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의 제기된 관세들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가 경제를 마비시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되는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해 “무역적자가 법률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명령을 무효화하고 발효도 금지하도록 명령하면서 “이런 결정의 효력이 원고만이 아닌 모두에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관세 정책 철회를 위한 행정절차를 완료할 시간을 최대 10일까지 부여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AP통신은 “백악관이 상호관세를 일시 중단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현재로선 트럼프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관세 정책을 통해 세계 경제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연방국제통상법원의 이날 결정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일본·인도·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정을 타결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다만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매겨진 25%의 품목 관세는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고 NYT는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2심은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진행되지만 결국 연방대법원을 통한 최종 판단까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도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뒤 관세 협상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 내 5개 중소기업을 대리한 비영리단체 리버티저스티스센터는 지난달 ‘트럼프가 IEEPA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관련해 최소 7건의 소송에 직면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주내 북부연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단독 소송을 제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