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터인 도현명 심센터 대표의 이야기에 서울 성수동의 한 공간을 채운 50여명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들의 ‘팝업 스토어 성지’로 자리매김한 서울 성수동은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다수 모인 ‘소셜 벤처 클러스터’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0년째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해 온 기관이 있다. 그 이름에서부터 ‘소명’이란 기독교적 정체성이 내포된 심(SEAM : Social Economy And Mission)센터다.
28일 진행된 10주년 기념예배엔 그 동안 심센터에서 동고동락하며 사회적 기업을 구상, 기획, 운영해온 이들과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조력자들이 모였다. 도 대표(사진)는 “청년들의 불안은 의지하고 희망할 것이 없는 상태로부터 시작된다”며 “세상과 사회가 청년들을 ‘행복 도파민’에 빠지도록 내몰면서 소망이 없어지고 있지만, ‘소명 의식’을 품은 청년들이 역량을 발휘할 때 우리 사회에 소망은 분명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지원 축소와 규제 강화 등으로 최근엔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10년 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사회적 기업(1700여개)은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사회적 기업 창업과 운영의 주체로 나서는 이들 중 크리스천의 비율이 높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 정신이 사회적 기업의 운영 원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심센터에선 창업가들에게 주거형 공유하우스와 업무 공간, 회의실 등을 제공한다. 굿이스트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법인설립 4년 미만의 기업가를 선발해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투자회사와 연결해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돕는다. 여기에 신앙 비즈니스교육과 전문 멘토링이 더해져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까지 14기에 걸쳐 30명의 펠로우를 배출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직장인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명에 대해 공동체 기반 교육을 하는 ‘굿이스트 스쿨’은 440여명이 졸업했고,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네트워킹 모임 ‘굿이스트 커뮤니티’는 화요성수, 수요런치 등의 이름으로 10년 동안 누적인원 5000여명이 다녀갔다.
오승환(사진) 심센터 이사장은 “돈, 권력과 같은 달콤한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약자와 도움이 필요한 이웃, 환경을 위해 열심히 몸부림치는 청년들을 위해 심센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한 사회적 기업 10곳 중 5년 후 살아남는 기업이 2개도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한 영혼이 회복된다면 그 가치는 세상의 지표로 표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의 운영은 사회적 자본 형성, 지역 경제 활성화, 사회적 통합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크리스천들이 주도하는 사회적 기업은 이런 가치 실현에 있어 신앙적 기반을 중요시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념예배 설교자로 나선 김병삼(사진) 만나교회 목사는 “기독교의 본질은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것이며 축복이 아니라 사명을 따라가는 것이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이라고 전했다. 이어 “‘믿음은 행동이 증명한다’는 말처럼 크리스천 사회적 기업가의 삶은 행동으로서 믿음을 증명하는 삶”이라며 사회적 기업가들을 응원했다.
심센터는 10년간 활동의 거점이 됐던 성수동을 넘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청년들에게도 신앙적 멘토링과 경영 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게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