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장도 이제 사이버 시대”…네이버페이 부동산-네이버랩스 VR투어 기획팀을 만나다

입력 2025-05-29 05:00 수정 2025-05-29 05:00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고강진 네이버페이 부동산팀 리더(왼쪽)와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부문장이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성남=이한형 기자

네이버페이의 ‘부동산 VR’은 아파트·빌라 등 매물을 3차원(3D)으로 재구성해 매수 희망자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집을 살 때 공인중개사·집주인과 약속을 잡고 집을 방문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는 모습이 네이버페이가 그리는 미래다. 이미 VR로 구현한 매물만 5만건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 서비스의 주축인 고강진 네이버페이 부동산팀 리더와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부문장을 만나 개발 비화를 들어봤다.

-VR 등록 매물이 1년도 안 돼서 1000배 이상 늘었다.
(고강진 네이버페이 부동산팀 리더, 이하 고) “지난해 8월 첫 론칭 당시 50건이었던 매물이 9개월 만에 5만건을 돌파했다.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게 빠른 성장세의 발판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의 공통 니즈는 ‘매물을 빨리 파는 것’인데, VR 서비스가 이 지점을 해결해줬다. VR 서비스에 등록된 매물의 경우 고객 체류 시간이 40% 이상 더 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우 일관된 평면도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정보 제공이 쉽지 않은데, 이런 매물을 팔고 싶은 매도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서비스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해달라
(고) “집은 한 채에 수억원이나 하는 값비싼 물건이다. 이때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집에 대한 정보를 모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서비스를 기획했다. 기존에는 평면도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집의 생김새를 추측했는데, 더 나아가 3차원의 VR 서비스를 시작했다.”

-타사에서도 부동산 VR 서비스를 내놨다. 차별화 지점이 있다면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부문장, 이하 이) “통상 부동산 VR이라 하면 평면도를 바탕으로 내부 구조를 추측해 덧입히는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네이버페이 부동산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매물의 종합적인 구조를 360도로 보여준다. 외관 역시 단지를 3D 모델로 만들어내는 솔루션 ‘ALIKE’가 있다. 또 해당 매물에 설치된 가구나 반려동물 등 사진을 그대로 송출하지 않고 AI로 지운 다음 깨끗한 상태의 집 사진을 보여준다. 이 집을 샀을 때 어떻게 꾸미고 장식할지를 알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다.”

-가전·가구 업체와의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 “아직 구상 단계지만, 3차원 공간에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해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단계에서 바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유저인터페이스(UI)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공간지능 기술을 통합 플랫폼화하는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는 아파트·빌라가 메인이다. 상업용 부동산으로 확대 계획이 있나
(고) “우선은 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같은 주거용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수익형 건물이나 지역 랜드마크 건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볼 수 있겠다.”
(이) “코엑스 같은 대형 건물이나 행사장 내부를 VR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올해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실내 상점을 VR로 들어가서 구경할 정도로 정밀한 수준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비용 면에서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고) “매물을 VR로 구현하는 비용까지 상당 부분 네이버페이가 부담하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메타포트사(社)의 경우 VR 촬영 비용이 면적 단위로 발생하고 3D 랜더링 비용도 따로 청구된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가 청구하는 비용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용의 일부만 공인중개사 측에서 부담하고, 나머지는 네이버페이가 내는 구조다. VR로 아파트 단지 전체를 보여주는 서비스는 100% 네이버페이가 부담하고 있다. 연간 수십억원의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콘텐츠 관점에서 VR 투어의 가치가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해 장기적으로는 VR 콘텐츠를 바탕으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VR로 집을 보여주고, 대출 등 금융 연계도 가능할 것 같다
(고)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적용됐다. 대출 서비스와 매물 간 연계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반환보험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개발 비화가 있는가. 준비 단계에서 난관이 있었다면
(이)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테스트용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집을 제공해주지 않아 연구원들에게 할당량을 주고 본인의 가정집을 촬영해서 실험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무래도 빈집이 아니다 보니 온갖 살림살이 탓에 알고리즘을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지금은 알고리즘이 고도화돼 기설치된 가구가 있어도 원활하게 작동한다.”
(고) “아무래도 VR 매물을 등록하려면 조금이지만 더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공인중개사를 설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추가 비용을 내라고 요구하는 셈이니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다.”

-향후 계획이나 비전을 설명한다면
(고) “내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500개 이상 단지투어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매물 총량은 연말까지 10만건으로 배 이상 확대할 목표를 갖고 있다.”
(이) “VR 기기가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부동산 같은 거점 공간에 XR기기를 설치하고, 매수인들이 그곳에 가서 매물에 대한 ‘사이버 임장’을 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성남=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